진주성-수능마친 학부모님께…
진주성-수능마친 학부모님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1 18:1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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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수능마친 학부모님께…


지난 주 아들이 수능 시험을 치렀다.

아침 일찍부터 점심때 먹을 전복죽을 준비하고, 아침에 마실 커피한잔과 점심 후 마실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았다.

시험장에 바래다주고 12년 전 아내와 사별 후 아버지 손잡고 초등학교 교문을 입학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교 가장 큰 시험을 치렀다고 하니 눈물이 울컥해졌다.

시험을 다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저녁엔 집 근처 삼겹살 식당을 들렀다.

축하하기 위한 스페인 까바 와인과 독일 리슬링 와인을 준비했었다.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삼겹살을 많이 먹지도 않고, 와인을 한 두모금 마시고는 긴장이 풀렸는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늘어지는 듯 했다.

수능이후 더 바빠진 아들과 가까운 곳 사진 촬영을 가기도 했고 커피나 등산 후 막걸리 한잔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은 커피 산지를 여행하면서 중남미 국가를 더 알고 싶어 했고 대학가서는 에스파냐어를 배우고 싶어 했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준 아들이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고3 아들과 막걸리와 와인 한잔 한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을 한다.

난 반대로 아직까지 자녀들과 커피한잔 막걸리 한잔 같이 마시지 못했냐며 잔소리를 한다.

고등학생이라고 오늘까지 한번이라도 술을 안 마셨겠는가?

현 고3학생들이 내년 봄이 되면 신입생 환영회, 단합대회에서 선배들이 마시라니깐 의미 없는 소주와 폭탄주를 마실 것이다.

앞으로 고3 학생이라면 이왕 마실 술이라면 즐겁게 마시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고, 그동안 가족끼리 대화가 없었다면 커피한잔으로 소통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아직 마지막 가을을 즐길 수 있다.

가까운 곳 노란 단풍잎과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길을 걸을 때는 갈대, 건초, 낙엽향이 느껴지는 쿠바, 파나마 커피를 준비해보고, 길거리 붕어빵과 같이 마시고자 한다면 군밤, 초콜릿 느낌의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커피와 마셔보자.

100만명이 모이는 촛불 집회도 중요하며, 그 근본의 해결책은 대화와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소통과 대화의 기본은 향기로운 커피와 차, 역사 있는 전통주와 함께 해야 한다.

좋은 말(馬)있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좋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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