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 마라
실패를 두려워 마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29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남이/밀양 구배기된장 사장
어느듯 장류업에 몸담은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긴 세월을 돌이켜 보니 화살처럼 지났다.

이제 된장 색깔만 봐도 몇 년동안 숙성된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깊이 있는 눈매가 생겼다.

장 담고 남은 메주는 다시 장을 담아서 몇 년 숙성시키면 되는데 처음에는 그런 요령이 없었다.

그래서 메주를 보관하다가 벌레가 생겨, 남이 보고 흉볼까봐 몰래 버렸던 일도 있었다.

처녀 때 아버지 말씀이 “부엌일 잘 배워서 시집가라”하시면 “시집가서 가정부 부리면 돼요”대꾸했고, “주인이 할 줄 알아야 시키는 것도 하지”하시며 늘 야단이셨다. 그 당시 부엌일은 참으로 하기 싫은 일이었다.
여자들은 무조건 살림살이 잘하는 현모양처가 미덕이었던 그 시절에, 남자 형제들 틈에서 자란 탓인지 모르지만 부엌일은 잊고 살았었다.

지금은 그 만큼 싫어했던 살림살이의 기초적인 먹거리인 장류를 만드는 내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처음 집장 만들 때 호기심에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만 듣고 만들었는데 ‘소 뒷발에 쥐잡기식’으로 아주 맛이 있어 그 다음해는 가을 김장 할 때 담을 집장을 조금 담고 봄, 여름까지 담았다.

집장이란 것이 워낙 묘해서 계절의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르다.

보리는 적당한 온도에서 맛을 내며 숙성이 잘 되면 설탕을 넣은 것처럼 단맛을 내는 특징을 잊어버리고 대충 담은 것이 가을에 담은 맛, 봄에 담은 맛, 초여름에 담은 맛이 다 다르다.

가을에 담은 맛이 달큰하면서 맛도 있는데 집장은 3일장이라고 담은지 3일만 지나면 바로 먹기에 섬섬하게 담아야 보리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기다림의 웨빙식품이다.

맛있게 담은 것은 자신 있게 판매를 하고 맛이 없는 것은 담은 양이 엄청 많아서 버리지도 못하고 밀, 콩 띄우고 볶은 재료와 수공이 너무 아까워서 몇 년을 묵혀 두었다가 또 다시 맛을 보고 고개를 젓는다.

실패한 집장은 오랜 연구 끝에 된장과 섞어서 제철에 나온 고추, 깻잎, 뽕잎, 취나물, 콩잎 등을 소금물에 삭혀 모듬 된장 장아찌를 담아서 2년 가까이 덤으로 보내고 있다. 입맛에 맞는 분들은 장아찌만 다시 구입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이제 무엇이든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에 새로운 것이 탄생하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처럼 올해 담은 집장은 정말 최고의 맛으로 나에게 보답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