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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책임과 발뺌 사이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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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0  18: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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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책임과 발뺌 사이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없다…탄핵 사유 전혀 없다’ 참으로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럼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 처지에 국민들이 책임지리? 열 명의 국민 중에 대략 아홉 명이 탄핵에 찬성해서 국회의 탄핵신청이 이뤄졌다. 탄핵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는 실은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 여태 이렇게 겁 없이 국민을 무시하며 국민과의 싸움을 이어나간 정권은 없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이 정권측의 발표를 듣자 내 귀를 의심했다. 아마도 세월호가 가라앉던 7시간 동안 그녀가 뭘 했는지가 이제 드러나려고 하는 모양이다.

제2차 촛불집회 때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한 말씀 중에 “독재나 부패한 권력은 절대로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기억난다. 또한 오래 전에 봤던 역사 드라마의 한 장면이 기억나기도 한다. 아마 ‘장희빈'’이라는 연속극이었을 것이다. 장희빈으로 분한 배우 이미숙이 사약을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장면이다. 아들인 세자를 외쳐부르며 끝까지 앙탈을 부린다. 그러나 세자는 대답이 없고 남편인 임금의 싸늘한 경멸의 눈길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결박을 하고 억지로 입을 벌려서 사약을 입으로 부어넣는 장면이다.

촛불혁명에 참여하면서 내내 생각나던 드라마 속의 장희빈이다. 그러고 보면 그 장면은 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하고 있었다. 인간의 말로가 그렇게 구차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 그렇게 구차하고 비참하지 않으려면 크게 두 가지 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선 목숨을 내놓아야할 치명적인 죄와 업을 쌓지 않고 살면 될 것이다. 다른 한 방법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죄와 업을 쌓고 살았다면 최후에라도 인간답게 그 죄와 업을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그 대가를 치루면 될 것이다. 어렵겠지만 그때 인간이 위대해질 수 있다.

그런데 위의 두 가지 삶의 방법 모두에 함정은 있다. 말은 목숨을 내놓아야할 치명적인 죄와 업이라고 하지만 이게 처음엔 잘 모르는 것이다. 무슨 죄와 업이든지 처음부터 치명적이지 않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시나브로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연설문 등에 조금 도움을 받았을 뿐’인 정도로 시작했을 것이다. 아직 대통령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렇게 가볍고 다정하게 서로를 도와오다 보니 별 죄의식도 없이 이 지경까지 왔을 것이다. 무지와 타성의 소치이기도 하겠는데 아직도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아주 무지하다.

국가 권력의 모든 정책과 정치행위는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게 마련이다. 한 가정도 그 가정이 가정으로서 관계를 유지하려면 돈을 벌어야 되고 돈을 소비해야 한다. 국가의 살림살이는 오죽하겠는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이권이 왔다갔다할 것이다. 그것을 권력자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꿀떡꿀떡 자신의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어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죄가 드러나니까 오리발을 내밀어 발뺌을 하면 되겠는가. 특검에서나 국정조사에서 죄의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하며 발빼을 하는 사이 국민들은 더욱 이 권력일당에 대한 혐오가 짙어질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죄와 업을 쌓아버린 후, 게다가 그 죄와 업이 세상에 드러나버린 후에는 살아날 방법은 발뺌보다는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는 게 훨씬 살아날 구멍이 크고 다양할 것이다. 비는 데는 부처도 움직인다고 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면 살아날 구멍은 의외로 입을 크게 벌릴 것이다. 그러나 발뺌을 하면 할수록 민심은 싸늘해지고 기어이 결박을 당하고 억지로 입을 벌리고 사약을 삼켜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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