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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연휴, 영화와 함께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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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31  18: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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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연휴, 영화와 함께

설 연휴를 영화와 함께 보냈다. 결혼 20년차쯤 되다 보니 시댁이건 친정이건 대충 내 맘대로 된다. 눈 소식이 연휴를 샌드위치로 끼여 있다보니 그 핑계로 ‘나의 집’에서 보내게 됐다. 얼렁뚱땅 설날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떡국으로 아침 겸 점심을 때우고 티브이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초하룻날에 3편, 초이틀에 4편, 초사흘에는 무려 다섯 편을 때렸다. 떡 먹고 과일 먹으면서 한 편 보고, 소화시키느라 또 한 편 보고, 때리는 김에 한 편 더 때리고, 아이스크림 먹어가며 한 편 더 보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울고 웃으며, 절대로 나쁘지 않았다.

남편은 시인이다. 아들은 미대로서는 국내 최고라 일컬어지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다. 딸은 나를 닮아 다재다능 해설랑은 예술적 감각과 인문학적 감각이 탁월하다고 할까 말까. 암튼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합평회 비슷한게 형성되어 재미를 더하던 것이다. ‘아델라인의 멈춰진 시간’을 보면서는 딸이 “저거 저거 제니가 바로 아텔라인이야!”해서 영화의 흐름을 좀 더 빠르게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종편의 중간 광고 시간에 채널을 돌려재끼는 남편과 내가 싸울 때는 아들이 “광고 봐요”라며 정리를 하기도 했다. 자연 가족대항 방귀대회이기도 했다.

열 편이 넘는 영화의 이야기를 여기서 확 해버릴 수는 당연히 없다. 한 편 한 편 땡기는 순간이 있으면 그때를 포착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머릿속에서 가장 많이 맴도는 장면을 잡아서 슬그머니 재구성 해봐야할 것 같다. 소지로! 이 녀석이 내 머릿속에서 나가질 못하고 머리를 감싼 채 짜증을 내고 있다. 그는 영원히 짜증이 나겠지만 나는 자꾸 유쾌하게 우습다. ‘바람의 검심’에 나오는 시시오의 부하 소지로, 내가 기억하는 그의 압권 대사는 “짜증나! 이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인생의 난관에 맞닥뜨려서 머리를 감싸 쥐어뜯으며 저절로 입밖으로 나온 비명이 짜증나”였던 것이다. 캔신이 최대의 적 시시오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시시오의 철갑선 연옥에 도착했다. 그러나 난관은 바로 그때부터다. 시시오의 오른팔 왼팔인 그의 부하들을 먼저 극복해야 최고봉 시시오에게 갈 수 있고 그래야 시시오의 목을 딸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소지로는 왜 절체절명의 순간에 짜증이 났을까? 역날의 칼을 겨누며 캔신이 다가가자 역시 자신의 빛나는 칼을 든 소지로는 당당히 말한다.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다,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어쩐지 소지로의 칼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중심을 잃기 시작한다. 그의 심장을 겨누고 바투 다가오는 캔신의 칼끝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 자신이 지고 말 것이란 것을 고수답게 소지로는 스스로 감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캔신의 칼이 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정확히 목표를 향해 움직여가는지를 그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소지로의 철학으로서는 캔신을 당해낼 수가 당연히 없다. 지금 당장 소지로는 캔신의 칼에 죽을 것이고 그 사실을 스스로 감지했다면 이미 그는 강자가 아닌 것이다. 결국 무엇이 진정 강한 것인지에 대한 사유가 선행하지 못했던 게 소지로의 패인이었다.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평생 붙들고 있었던 ‘강자’가 별 볼일 없는 쇠막대기였다는 이 기막힌 사실에 그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강한듯이 보였던 시시오에게 붙어서 그의 목숨을 지켜주고 있었는데 그는 더 강한 것 앞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어떡해?

돈이 전부인줄 알고 귀한 인생의 심신을 몽땅 바치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어떡하지?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가 최고인줄 알고 죽을힘을 다해 친구의 애인을 빼앗았는데 그게 최선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캔신의 신념과 역날의 검에 대해선 다음회에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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