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대 할머니를 아시나요
만대 할머니를 아시나요
  • 김영우 기자
  • 승인 2011.06.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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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자치행정부장
지난 8일 오전 진주시 하대동에 자리한 하대본동경로당에서는 지역의 어르신과 시의원,  동장을 비롯한 공무원 등 40여명이 경건한 마음으로 제례를 행하고 있었다. 비록 넉넉한 제삿상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은 정성껏 음식을 마련해 경건한 마음으로 제사를 봉행했다.

음력으로 5월7일에 봉행된 이 제례행사는 바로 평생을 진주 하대동민을 위해 살다가 돌아 가시면서 전 재산을 하대동민에게 기부한 만대할머니를 기리는 제사였다. 만대할머니에 대해서는 하대동 주민들조차 정확한 성과 이름도 모를 정도로 신상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단지 수백년전 돗골(지금의 하대동)지역에 거주하다가 타계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처럼 평범한 할머니인 만대할머니를 위해 하대동민들이 제를 올리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름다운 기부정신을 기리기 위함이다. 일가친척도 자식도 없었던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 자신의 전 재산인 지금의 하대본동경로당 터와 중앙고 뒷편의 농지 400평을 내놓으시며 지역민들의 후생복리를 위해 써달라 하셨다고 한다. 생존해서도 지역의 어렵고 가난한 주민들을 위해 끊임없는 선행을 베풀었던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도 전 재산(현재 싯가 20억원 상당)을 지역주민들을 위해 조건없이 기부한 것이다.

이에 하대동 주민들은 100여년전부터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지난 2008년 12월 재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례일을 음력 5월7일로 정해 매년 제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의 제례도 하대동 주민들을 사랑했던 만대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사실 기부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고들 하지만 기부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기부가 많이 늘고 사회적 켐페인이 요란하게 진행되지만 개인의 기부는 아직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자들의 기부는 인색하기만 하다. 기부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난한 이들이 더 많이 기부한다. 그런 점에서 서민들의 작은 손들이 보내는 기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이력서 뒤로 줄줄이 달린 투기와 모리, 탐욕과 거짓을 바라보며 심란한 마음을 온 국민이 감추지 못하는 이 시대에 만대할머니처럼 자신의 아깝고도 소중한 자산을 우리 사회를 위해 흔쾌히 던지는 사람이 있음으로 우리는 위안받는다. 세금을 탈루하고 온갖 불법로비로 조사를 받고 비난을 받는 정치인, 기업가들과 고위 관료들의 행태에 절망하는 이 땅에서 자신의 많은 것을 기쁘게 세상의 발전을 위해 옳은 일에 쓸 줄 아는 만대할머니 같은 사람이 있음으로 우리는 감동받는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관도 변하지만 아무리 세태가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우리민족의 본성이 있다. 바로 우리에게는 이웃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는 '측은지심'이 가슴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의 분위기는 이같은 우리민족의 '측은지심'이 아름다운 기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기부가 시민문화로 뿌리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나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기부는 먼저 나누는 사람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꾸는 시민들의 즐거운 책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기부는 개인과 제도 그리고 세상을 느리지만 견실하게 바꾸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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