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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시인 김토배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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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20: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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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시인 김토배

김토배는 50대 후반의 초로의 남자다. 남도 출신으로 참 소심하고 순한 남자다. 남도 출신이고 순하고 소심하다는 이러한 캐릭터는 그 자신의 인생을 도와주기는커녕 참으로 불편하게 하고 쉬이 남을 믿지 못하게 하는 성격을 선물했다. 순한 성격은 누군가 자신을 사실무근으로 왜곡시켜도 외려 빙긋이 웃으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성격으로 외부로 드러난다. 소심한 성격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게 했다. 게다가 남도 출신으로 이러한 성격들이 심화되어 간다는 건 고독하고 외로운 일이지만 여러말 필요없이 그야말로 불가항력이었다.

김토배는 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나날이 체험되어 쌓여가는 외로움과 설움을 어떤 방법으로든 풀어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는 콱 죽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못하는 낙천적인 사람이고 성격이 비교적 밝다. 술을 마셔도 봤지만 술이 무서워지며 도저히 이길 수가 없고 함께 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달콤한 술이라면 두어 잔 마시는 걸로 끝냈다. 노래방도 몇 번 가봤지만 어두운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담배 역시 너무 쓰고 맛이 없었다. 도저히 사람이 입에 댈 수 없는 맛이었다.

다행히 김토배는 일찍이 책을 읽기를 즐겼다. 남도 작은 섬, 작은 초등학교에 비치된 책은 어린 그에게 대우주였다. 어린 날의 독서의 놀라움을 그는 지금도 자주 들먹인다. 청년이 되어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책을 읽는 것은 실증도 나지 않았다. 책은 펼 때마다 그에게 뭔가 선물을 살짝살짝 건네곤 하는 것이었다. 마치 다정한 연인이 만날 때마다 다정한 말로 위로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시집을 읽을 때면 마음이 더없이 맑아지고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시가 하늘을 보라고 말하면 그도 하늘을 보면 하늘은 언제든지 그를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그건 행복이었다.

그리고 시인 김토배를 위로하며 끝없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또 있었으니 바로 대자연이었다. 워낙에 섬에서 태어나 유년을 섬에서 보낸 그는 자연을 벗하며 노는 데는 선수였다. 바다물과 노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침이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다움은 봐도 봐도 신기했다. 저녁이 되면 반대편 바다로 지는 해는 말대로 장관이었다. 민들레 자운영 진달래 개나리…철따라 피는 이름 모를 꽃들은 볼 때마다 오소소 소름이 돋도록 예뻤다. 집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생선으로 꼬셔서 데리고 와서 얼굴을 부벼대는 촉감은 말할 수 없이 부드러웠다.

이제 김토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기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용기까지 내게 된다. 그가 이십대에 갓 접어든 때였다. 마침 각 언론매체에서 문화센터 라는 기관을 운영하기 시작했기에 공부할 곳도 많았다. 주류 일간지에서 유명한 이근배 시인이 운영하는 문화센타엘 간 것이 훗날 그가 시인이 되는 길을 열었다. 그에겐 시인이 되도 안되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말로만 듣던 진짜 시인에게서 시를 배우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강의를 들을 때면 입이 저절로 벙글어졌다. 그래서 그는 강의를 들으며 빙긋이 웃는 버릇이 생겼다. 순정한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배웠다.

시인 김토배는 서른 중반을 들어서며 계간지 시조문학의 천료를 받아 시인이 되면서 결혼을 하게 된다. 시인에게 결혼이란 십중팔구는 늪이나 올가미 비슷한 것 아닐까? 김토배 시인에겐 특히 결혼은 진흙늪이었고 밧줄이 튼튼한 올가미였다. 한 십 년? 그 늪과 올가미와 투쟁을 하고 나니 그 진흙늪이 넓고 깊고 비옥한 연밭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제법 토실한 연뿌리가 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시집을 출간하고 문학상을 받는 등 경사가 났다. 그리고 수안보에서 열린 시조대상에서 시조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하늘이 참 맑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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