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맛과 멋
진주성-맛과 멋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24 18: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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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맛과 멋


맛과 멋-피천득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

정욕 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 사랑은 멋이다.

그러나 맛과 멋은 반대어가 아니다. 사실 그 어원은 같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의 반대는 맛없은 것이고, 멋있는 것의 반대는 멋없는 것이지 멋과 맛이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맛만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도 멋만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다.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수필가이자 시인인 피천득작가의 <인연>의 수필 내용이다.

4월에서도 지금 전후의 보름간은 대지의 자연이 각자의 옷을 갈아 입기 전 속옷처럼, 가장 부드럽고 완성품 전의 설렘을 가진 색이다.

낚시찌가 물 밑으로 쏘옥 들어갈 때 낚싯대를 빠르게 채는 순간처럼 1년 365일중 눈에 채워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색을 감상 할 수 있는 보름간의 짧은 이 시기를 넘겨버리면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 하는 4월중 지금이 가장 사랑스런 기간이라 생각한다.

연초록 가득한 지금!

봄날 아지랑이처럼 옅은 목련향과 가버린 벚꽃향을 버무려 놓은 듯한 향을 가진 에티오피아 하라 커피 한 잔을 병아리처럼 홀짝 거리며 마시노라면, 어쩌면 나는 피천득 작가가 해보지 못한 맛과 멋을 누리고 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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