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장이 진미다
정월장이 진미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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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 상봉동동 문화위원
장(醬)을 담글때는 항상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상가집이나 궂은 일은 피하고 말날에 장을 담아야 한다. 예부터 정월에 담근 장이 가장 맛있다고 했는데 이는 날씨가 춥기 때문에 짜게 담그지 않아도 쉬지않고 벌레도 생기지 않아 장담그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음력 동짓달이 되면 말날을 받아 햇콩으로 메주를 쑤는데 처음은 센불로 삶다가 약한불로 오래 뜸을 들이는데 이때 콩이 눌어붙으면 안 된다.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짚으로 메달아 25도 항온에서 하얀곰팡이가 피어나오면 잘 띄운 메주로 정월에 장을 담고 음력 3월중에 간장과 된장을 가르면 음력 8월경에 장이 익어 햇장을 가른다. 마치 산모가 열달을 수태해 아이를 낳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담그기에는 시간과 정성, 청결함이 필요하다.

음식 만드는 일 중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장담그는 일로 예전에는 모든 음식의 간을 맞추어 깊은 맛을 나게하는데 기본적으로 간장을 썼다. 간장이 없어서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간장이 없는 집안은 가난한 집안으로 일컫기도 했다. 간장도 세가지 종류를 두고 음식에 넣어 먹는데 5년 이상 묶은 것은 진장, 그해 만든 것을 청장(맑은장), 그 사이의 것을 중간장이라고 했다. 진장은 단맛이 나고 색깔도 진하고 청장은 맛이 깔끔하다. 음식에 맞게 간장을 나누어 사용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집안의 내력과 품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을 담그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고 만드는 과정 중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하면 맛이 떨어지므로 모든 정성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금으로 간을 하고 조미료로 음식맛을 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상차림 중 밥상 한가운데를 차지했던 장은 그 자리를 잃어 버렸다. 김치도 간장으로 맛을 내던 것이 어느새 젓갈로 바뀌었다. 음식이 예전처럼 담백하고 정갈한 맛을 내기가 힘들어지게 되었고 쉽고 빠르게 만들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요구 때문에 장을 중요시하는 풍습도 사라져간 것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장을 맛나게 잘 만들 수 있느냐고 물으면 언제나 정성과 인내, 청결이 필요하며 메주 쑤기부터 햇장을 만들기까지 열달간 정성을 들여 옆에서 지켜보며 살펴야 한다. 장을 담갔다고 그대로 묵히는 게 아니라 늘 맛보고 색깔이 변하는지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은지를 살펴야 한다. 염분이 떨어지면 장 색깔이 노래지거나 구린냄새가 나기 때문에 다시 다려야한다. 장맛이 변하면 우환이 생긴다란 말처럼 장을 자기 몸 돌보듯 해야 한다. 우리인생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듯이 장은 끊임없는 기다림이고 인내이다.

장은 조상의 지혜와 얼이 깃든 우리맛의 근간을 이룬다. 잊혀가는 우리의 장이 가정의 밥상 한가운데에 다시 놓이는 행복한 꿈을 꾸며 올해도 장이 맛 있어지길 기대하면서 장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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