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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방송 언어는 정화가 필요한 시기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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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0  18: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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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방송 언어는 정화가 필요한 시기

어제까지 덥다고 수선을 떨었는데 창밖 풍경과 바람은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준다. 맑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다양한 형용사가 떠오른다. 영어의 ‘파란 하늘(blue sky)’이란 단어로는 만족이 안되는 짙은 파란색. 가을의 선선함에 나들이라도 가야 될 듯 마음이 들뜬다.

교직에 몸담고 있기에 오늘도 내가 내뱉는 말과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신경을 쓴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는 무슨 말을 들어도 좋게만 들리겠지만, 기분이 상해 있을 때는 기분 좋은 말도 꼬아서 듣게 되는 때가 생긴다. 긍정적인 말, 누구나 들어서 기분 좋은 말로 바꾸어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은 하지만, 그날의 기분을 배제하고 내뱉기는 쉽지가 않다. 내 마음, 내 상태가 포함되어 전달되는 말이기에 더 조심을 해 보자고 오늘도 결심을 해 본다.

예쁘게 차려 입은 여학생의 입에서 곱지 않은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대화를 들을 때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본다. 나는 기분이 상하는데, 저들은 서로 행복하게 웃으며 얘기한다. 대화를 나누는 저들은 자신이 내뱉고 있는 단어들이 욕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까? 부모와의 대화에서도 저런 욕설을 섞어서 사용하진 않겠지? 저들의 일상적 대화인데, 내가 왜 불끈하는 걸까? 직업적 본능이 작동하는구나 하고는 큰 숨을 쉬고 그 자리를 피한다. 비겁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언어 표현이 바뀌고 있는 사회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 과도기에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축약된 언어 표현을 그래서 되겠냐고 얘기하던 시기에서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그런 단어들을 인정하고 있다. ‘헐’, ‘즐’이란 의성어가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더니, 이젠 광고에서 외국인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언어의 사회성. 축약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기에 학생들과 대화에 끼어들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할 정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어휘들만 모아 사전도 출간이 되었다고 한다. 신조어 사전 부류에 속할 것이다.

‘즐(즐겁게)’, ‘출첵(출석체크)’, ‘지못미(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 ‘안습(눈에 습기가 차다, 슬프거나 안타까운 상태)’ , ‘급질(급한 질문)’, ‘깜놀(깜짝 놀라다)’, ‘득템(아이템을 얻다)’ , ‘스샷(스크린 샷)’, 등등의 단어들은 인터넷 신조어, 은어법의 용어라고 이제는 어른들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조만간 국어사전에도 등재될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썸, 썸타다’ 10대나 20대의 아이들이 요즘 쓰는 말이다. 친구와 연인 사이 중간쯤의 친한 사이를 썸이라고 한단다. 영어 단어 SOME에서 나온 어휘가 우리말로 정착을 한 듯하다. 한 가수의 노래 제목으로 쓰인 단어가 청소년들의 어휘로 굳어진 것이다.

국적 불명의 어휘들이 난립하고 있다. 바쁜 시대에 살고 있고, 서로의 안부를 묻을 수 있는 문자 메시지가 한정이 되던 문화가 낳은 현상이다. 청소년 세대가 주고 받는 문자를 보면서 과연 중년의 어른들은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까? TV 프로그램들 출연진들의 언어 순화에 신경 쓰던 시대에서 요즘은 방송에서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신조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노출의 회수가 많아질수록 대중은 그것에 빠르게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된다. 하루 평균 3~5시간을 방송에 노출되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은어의 사용은 과연 이대로 방송되어도 되는 것일까? 소수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라 생각했지만 청소년 사이에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그런 언어생활을 하고 지내온 청소년이 연예인들으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방송에서 그냥 일상적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격음과 경음 투성이의 은어, 조어법이 전혀 맞지 않는 은어들이다.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경각심이 없이 인터넷 은어가 방송 언어로 사용되는 것은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 국적불명의 속어, 은어들이 일상용어로 탈바꿈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언어는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옳지 않은 언어 습관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잘못된 길을 가는 아이들을 바로 잡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중을 상대하는 방송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언어 정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잘못된 길로 접어든 우리 언어생활을 미디어의 힘을 빌려 올바른 문화 국가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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