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43-우아한 발걸음
도민칼럼-지리산향기43-우아한 발걸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31 19:01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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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우아한 발걸음


대마도를 다녀왔다. 아웃도어파트너스 여행사 고광용 이사 초대로 갑자기 가게 되었다. 평소 내 지론이 히말라야 같은 전문 등반을 요하는 곳이 아니라면 여행은 늘 즉흥적으로 마음이 가 닿으면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겸사겸사 마음이 동하여 두서없이 지리산을 나섰다. 결혼을 앞둔 조카와 입시의 긴장으로 날을 세는 제자에게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픈 다른 속뜻도 있었다. 여행의 일정은 2박3일 내내 트렉킹이 주였다. 걷는 것만큼 자신의 호흡과 마주하는 것이 없고 호흡과 마주하면 자신의 기운과도 맞닥뜨리니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겠다 싶었다.

대마도는 관광을 하기에는 그다지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다. 휘황한 도시의 불빛도 거대한 조형물이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물도 없다. 대신 울창한 열대우림, 맑은 공기, 고운 모래사장의 해변이 있다. 무언가를 꾸며서 갖춰 놓은 곳이 관광지라면 있는 그대로를 여행자가 자기의 심성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 여행지가 아닐까! 낯설지 않으면서도 낯선 곳으로 가길 원한다면 제격이다.

부산에서 직선으로 50KM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있어 멀리 나간다는 느낌도 없었다. 한 시간 십 분이면 이즈하라 항에 도착해서 항만 검색대를 통과하고 여권심사를 받으면서 타국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뿐이었다. 모든 곳에 한국어 안내 간판이 있고 우리가 간 곳은 마침 윤단경 대표가 운영하는 토키세키(TOKISEKI)라는 일식 및 한식당이 있어서 화폐거래도 우리식으로 할 수 있어 타국인데 타국 같지 않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난 29일 ‘한국 자본이 대마도 부동산을 장악중’이라는 기사를 냈는데 우리가 부산 부동산 시장을 말하면서 일본이 고가의 부동산을 많이 구입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아 그곳에서 다다미방으로 된 일본식 숙소까지 같이 운영하는 아웃도어파트너스의 영업에 글로벌 시대라는 게 더 실감이 났다.

그래도 국가나 민족의 고유한 성격은 있기 마련이라 대마도 인구 3만보다 더 많이 찾아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하여 대마도 정서는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궁금했다.

“우리가 중국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 한 문장에 나는 뒷골이 뻐근했다. 아직도 우리의 여행 수준은 관광객 그것도 거칠고 예의 없는 싸구려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우리 관광객들이 더 나쁜 건 가이드 해주는 사람을 종처럼 부린다는 거지요”

전체 사람들을 인솔해야하는 가이드에게 자신만을 위하여 사진을 찍어달라는 것도 예사고 개인의 소지품까지도 챙겨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옆에서 보면서 상황을 보지 않고 무엇이든 요구하고 심지어 훈계하기도 하면서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내세우는 사람을 보니 우리는 과연 ‘서비스’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지 안타까웠다. 자신이 지불한 대가가 그 모든 것을 누려도 된다는 것으로 안다면 그런 이들은 과연 감정(感情)의 가격을 얼마쯤으로 보고 결재할 것일까? 그래서 단무지 한 조각도 거저 주지 않지만 돈이 들지 않는 친절, 웃음, 양보, 이런 것들은 마음껏 표현한다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나? 운전하던 버스기사의 굳은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여행객의 품새는 그가 속한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해외로 나들이를 자유롭게 나간 세월이 삼십 여년이 넘어서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말도 안 되는 험악한 뉴스들과 개그 같은 정치판의 억지가 난무할수록 여유 있게 삶을 돌아봐야 한다. 여행은 시간의 길 위에서 사람을 여행하는 것이다. 더러 낯선 곳에 자신을 데려다 놓고 공간의 이동을 통하여 마음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객관적인 내가 보인다. 이제 또 일 년을 정리하면서 올 겨울 여행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바란다. 싸구려 관광객이 아닌 준비된 여행자로 길 위에 우아하게 나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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