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공자 왈, 맹자 왈
아침을열며-공자 왈, 맹자 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05 18: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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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교수

이병진/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교수-공자 왈, 맹자 왈


바야흐로 11월,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서리 내리는 계절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에는 붉게 낙엽 진 수목들 사이로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다.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썩은 잎과 가지를 정리하여야 한다. 추위 속에서는 생장이 멈추기 때문에, 미리 취약한 부분을 제거하고 영양분을 보충 공급하며 겨울의 맹혹한 추위를 대비한다.

듬성듬성 가지가 잘려나간 나무가 그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이듬해 다시 무성한 가지 가득 초록을 이루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이다. 매 년, 어쩌면 계절마다 가지를 잘라내어도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의 비밀은 뿌리에 있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는 계절이 변하고 강풍과 폭설이 몰아쳐도 그 자리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우리 인간에게도 뿌리가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 다양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근거, 인간에게 행동의 근간이 되는 ‘뿌리’는 바로 인성이자 가치관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며 그릇된 행동을 그때그때 솎아주고 반듯한 행동양식을 가꿀 수 있도록 교정하는 과정이 ‘가지치기’라면, ‘뿌리’교육은 그 행동의 근간이 되는 인성과 가치관을 가슴속에 정립하도록 훈육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누군가 솎아주지 않아도, 학생 스스로 몸가짐을 삼가고 능동적인 판단과정을 통해 바른 행동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교육자의 역할이자 인성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공자 왈, 맹자 왈 이라는 말이 있다. 실천 없이 이론만을 좇는 탁상공론의 대명사이자,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설교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250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한 글로벌 리더들이 여전히 논어를 읽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치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세상 사람들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기술의 혁신, 정보화의 물결이 덮쳐올 때에도 그랬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의 비행과 높은 범죄율의 원인을 사회적 윤리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다시 기본(Basic)으로 돌아가 인성교육을 강화하려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는 ‘요즘 세상’의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센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기심과 개인주의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질서를 잡아줄 중심, 그 영원한 가치는 결국 규범도 지식도 아닌 우리 가슴속의 뿌리, 바로 인성에 있다.

진주캠퍼스에서는 ‘참人폴리텍’이라는 고유의 인성브랜드에 따라 전인적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과 중 지속적인 생활지도는 물론, 재능기부 등 봉사활동을 경험하면서 나와 남을 함께 존중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몸소 익히도록 한다. 기술과 인성을 두루 갖춘 창의적 감성기술인을 양성하여 기업과 사회에서 환영받는 참된 人재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제까지의 교육 환경은 분명 오늘과는 다르다.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변화는 존재해왔다. 그러나 Back to the basic, 인성교육은 결국 ‘공자 왈, 맹자 왈’이다. 천 년이 지나도 오래도록 변치 않을 ‘가치’를 찾아 시대에 맞는 언어로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 그것이 참된 교육자의 역할이자 참된 인성 교육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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