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교육
희망의 교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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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학교의 이상적인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상상해봅니다. 이제 하도 학교폭력으로 살벌해진 학교라 더 이상 학교에 대해 기대도 희망도 갖지 못한 채 겨우 졸업장이라도 얻어가지고 나온다면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만연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안맞고 오고 왕따를 안당하기만 해도 좋겠다는 부모의 소망이 서글픕니다. 여차하면 경찰력이 학내에 투입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고, 입학식과 졸업식 때는 경찰병력이 호위를 해야만 학교가 잠잠합니다. 아마 미국처럼 학교 정문부터 검문검색을 하는 광경도 이제 곧 나타나지는 않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가뭄에 콩 나듯 하지만 좋은 학교도 있습니다. 특히 대안교육을 시도하는 많은 학교들이 그 사례이며, 절망의 교육현장에 그나마 희망의 물줄기를 대고 있습니다. 학교의 이상적인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아이가 어찌될까 염려하고 걱정하기는커녕 나는 왜 이런 학교에 못 다녔을까 안타까워하며, 아이들 졸업할 때 자신도 학교를 졸업하는 것 같다고 고백하는 부모들, 그리고 그 졸업식 날 교사와 학부모들을 향해 감사하다며 큰 절을 바치는 부모가 있는 학교, 이런 학교 아직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아이들이 졸업한지 오래 되었는데도 여전히 학부모들이 동문모임으로 모이기를 즐기고, 대소사 있을 때마다 서로 문안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재생된 학교, 아이들만 더불어 사는 습관이 배긴 게 아니라 그 부모조차 함께 살아야겠다고, 그것이 행복이라며 기뻐하는 학부모, 그런 학부모가 자꾸 생겨나는 학교, 이런 학교가 아직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오전에는 책공부하고 오후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신을 돌아보는 학교, 비록 수업시간이 공교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이큐 140되는 아이나 아이큐 60 전후되는 아이나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의논하는 학교, 비록 SKY대학 진학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남들 다 경쟁적으로 얻고자 하는 직업과 미래를 생각할 수 없지만, “우리는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된다”는 고백이 살아있는 학교, 그래서 지식의 양이 아니라 인격의 성장을 확신하고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학생들의 밝은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이런 학교가 아직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교사자격증도 없고 심지어 대졸자도 아닌 교사가 있는 학교, 세상에 내놓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열정과 순수함으로 교사로 채용되는 학교, 가난하게 살기로 작정하고, 더불어 살기로 작정하고, 손으로 일하기로 작정하는 이 세 가지 조건에 맞기만 하면 채용되는 학교,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세상에서 무자격 교사들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탁월한 교사로 변모하는 학교, 이런 학교가 아직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학기마다 학부모가 학비 올려야 되지 않겠느냐고 학교재정을 염려하는 학교, 교육마피아의 견고한 철옹성으로 이어진 교육 현장에서 정부는 돈 모자라 교육 못 한다 엄살하고, 학부모는 자녀교육비 때문에 절망하고 아이들은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회에서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학비는 낮아져야 된다고, 그래서 돈 없고 어려운 아이들이 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학교, 정말 적은 비용으로 교육시키지만 그것도 많다고 죄송스러워하는 학교, 생활이 어려워 학비를 못 내면 모른척하는 학교, 그런 학교가 아직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모두들 공부해서 돈 벌고 권력 잡아 자기만 잘 살겠다고, 자기 식구만 살겠다고 기세등등한 세상에서 밟고 제치고 죽이고서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아 일등을 해야겠다는 야수의 세상에서 오히려 밟히고 열외 되고 고난 받는 가난한 사람들 속에 들어가 그들과 같이 살고 그들과 같이 죽자고 호소하는 메시지가 살아있는 학교, 농사도 하고 노동도 하고 가난한 나라도 돌아보고 땀과 눈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학교, 그래서 한 사람의 준비와 헌신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일구어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학교, 그런 학교가 아직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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