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의 독법
'시경'의 독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2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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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시 3백 편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문학작품이다. 그 중에서 ‘송’은 대개 전문적인 문학가나 음악가가 제작한 것으로 가장 전중(典重)하고도 풍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아’도 부분적으로 전문가가 제작한 것인 듯하나 ‘남’과 ‘풍’은 순수한 평민문학으로서 전후 수백 년 동안의 각 고장과 각 계급과 각 직업의 남녀 양성의 작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담겨진 감정도 국가·사회·가정·우인간의 개인적인 교제, 남녀간의 원한과 사모 등 그 모든 감정을 대표하는 작품이 없는 것이 없다.

 그 감정표현이 깊이 마음에 감돌면서 함축성 있는 것으로는 가령,

싸움에 나가신 임 / 기약 없으니 / 아 어느제 돌아오시리 / 닭은 우리에 자고 / 해는 저물어 / 양과 소도 집 찾아드는데 / 싸움에 나가신 임 / 어찌 아니 그리우랴 아니 그리우랴(王風)

바위산에 올라가서 / 아버지 쪽 바라보며 / 그 말씀 들리는 듯, 아 내 아들아 / 싸움으로 아침 저녁 쉴 때도 없겠구나 / 부디 조심하여 / 몸 성히 어서어서 돌아오너라(魏風)

큰 바람이 사납게 불어대더니 / 어느덧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네 / 힘쓰고 마음모아 살아온 사이 / 이리도 노여워함 너무하구려 / 순무를 뽑아내고 무 뽑을 적에 / 그 밑둥만 보아선 아니 되는 것 / 그 사랑 변하지만 아니하면야 / 임을 모셔 죽도록 같이 하련만

등과 같은 것이 있고 다소곳하면서도 실상 모진 마음을 나타낸 것으로는 가령,

 편백나무 저 배는 / 물 가운데 떠 있네 / 두 줄기 더벅머리 / 내 사랑 내 임이니 / 죽어도 따르오리 / 엄마와 저 하늘은 어이 나를 모르시나 

 같은 것이 있고 또 침통하고 애끊는 것으로는 가령,

 더부룩한 저것은 새밭쑥인 듯 / 아니아니 그것은 다북쑥이네 / 애처롭다, 그리운 우리 부모님 / 나를 낳고 갖은 고생 다 하시었네(小雅)

 들완두꽃의 / 잎새는 무성해도 / 차라리 죽을 것을 / 이럴 줄 알았더면(小雅)

같은 것이 있고 말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을 가슴 아프게 또는 그지없는 사랑으로 표현한 것은 가령,

 궁터에는 메기장 고개 숙이고 / 피도 자라 이제는 탈이로고녀 / 가도가도 발걸음 한양 무겁고 / 슬픔은 물결처럼 출렁이도다 / 내 마음 아실 이 계실 양이면 / ‘근심 자못 깊어라’ 하시리마는 / 내 속 깊이 지닌  뜻 모르신다면 / ‘무엇으로 이러노’ 의아하시리 / 아득히 벋어가니 저 하늘이여 / 이는 어느 누구의 탓임이러뇨(王風)

 해와 달 쳐다보며 / 내 생각은 끝이 없네 / 길은 철리 멀고 머니 / 그 언제나 님 오실까(小雅)

등이 있고 또 말을 다하여 차분히 맺히고 서린 감정을 샅샅이 파헤친 것으로는 가령 ‘곡풍(谷風)’(소아)·‘재치(載馳)’(용풍)·‘치효’(빈풍)·‘절남산(節南山)’(소아)·‘정월(正月)’(소아)·‘시월지교(十月之交)’(소아)·‘소반(小弁)’(소아)· ‘상유(桑柔)’(대아) 등이 있고 또 담담하면서 한결 깊은 감정이 깃든 것은 가령,

 갈대가요, 우거지더니 / 이슬 맺혀 서리 되었네 / 사랑하는 그 사람은 / 물 저쪽에 산다네 / 거슬러 가며는요 / 길 멀고 험하지만 / 물따라 가며는요 /물 가운데 바로 게지요(秦風)

같은 것이 있고 또 부드러운 표현 속에 함정(含情)이 그윽한 것은 가령,

 봄날은 따뜻하고 / 들리느니 꾀꼬리 울음 / 대바구니 옆에 끼고 / 처녀들 종종걸음 / 뽕나무에 햇뽕 따기 / 봄날은 길기도 긴데 / 또는 어울려서 들에 나가 흰쑥 뜯기 / 이런 때면 싱숭생숭 / 공자따라 가고 프고(幽風)

같은 것이 있다. 모든 이러한 시구들은 각각 문학적인 감정표현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예는 나 자신의 감흥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몇 편을 들어 학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려는 데에 불과하며 물론 잘된 작품이 반드시 이것뿐이라는 것은 아니며 또한 감정표현의 방법의 종류가 이것뿐이라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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