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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의 철학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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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3  18: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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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1°의 철학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처음 배우던 무렵,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1도’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다. 1도란 아주 작은 수치다. 그런데 이 작은 수치가 뜻밖에 큰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선생님은 물이 0°에서 얼고 100°에서 끓는다고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1도에서는 아직 얼지 않고 99도에서는 아직 끓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제대로 얼고 제대로 끓기 위해서는 모자람을 채워줄 나머지 1도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 작은 1°도 무시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한 생각인지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지 그건 사실 너무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실감나는 것은 각도 1의 경우다. 각도 1인 두 선분 AB와 AC의 경우, 같은 꼭지점 A를 기준으로 봤을 때 B와 C 사이의 간격은 각 선분이 길어져 감에 따라 조금씩 더 벌어져간다. 처음에는 0.5센티였던 그 간격이 선분이 길어짐에 따라 1, 10, 100, 1000 … 점점 더 벌어진다. 그때 나는 머릿속에 무한한 우주공간을 그 배경으로 그려봤었다. 그러면 처음에 고작 0.5센티였던 그 간격이 몇 킬로미터 몇십 몇백 몇천 몇만 … 그렇게 해서 무한대로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한대가 될 수도 있는 1도!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나는 종종 사회적-역사적 현실에 대해 이 1도의 의미를 적용해 본다. 역사상의 어떤 시점 혹은 지점에서 1도의 차이를 벌리는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분 AB가 수평이고 선분 AC가 위를 향할 경우, 말하자면 AC가 상향선인 경우, 선분 AC의 끝인 C는 점점 더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어느 한 지점에서 ‘위를 보기’. 비록 그것이 한 1도에 불과할 지라도. 우리에게는 그런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중국 등소평의 경우가 그런 거라고 나는 본다. 그의 이른바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희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것)은 그런 ‘1도 위를 보기’의 한 전형이었다. 그것을 위해 그는 (그리고 그의 후계자들은) 당시 적대적이었던 우리 한국과 일본까지도 본받으려 했다. 몇 년 전 중국 산동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 동쪽 끄트머리인 시타오(石島) 바닷가에 거대한 바위돌이 세워져 있었고 거기에 ‘인국인방을 본받자’는 취지의 글귀가 새겨져 있는 것을 봤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친필이라 했다.

중국의 그런 자세, 그런 방향설정, 그런 ‘위를 보기’, 그 1도의 각도내기가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것이다. 그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다. 한때 우리는 그들의 부러움을 사며 그들에게 돈자랑을 했었는데 이젠 보기 좋게 추월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도 물론 만만치 않다. 내가 태어난 195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그 엄청난 격차에 경탄하게 된다. 그 당시에 1도 위를 향해 고개를 쳐든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 ‘1도 고개 쳐들기’가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의 번영하는 한국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것이 모자란다. 적어도 나의 기준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진정한 ‘선진’을 위해, 이제 우리는 또다시 위를 향해 눈을 치켜떠야 한다. 우선은 1도라도 좋다. 세월이 그 간격을 벌려줄 것이다. 무엇보다 의식의, 정신의 질적 향상이 절실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철학을 한다. 이것이, 이 글이, 그 1도 아니 0.5도에 기여하기를 나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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