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Melting Pot’의 거리, 뉴욕을 다녀와서
칼럼-‘Melting Pot’의 거리, 뉴욕을 다녀와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03 18:4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곤-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주임교수·경영학 박사

김춘곤-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주임교수·경영학 박사-‘Melting Pot’의 거리, 뉴욕을 다녀와서


어린 시절 사진을 통해서만 보던 외국거리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었을 때, 실망스러웠던 기억도 있지만 기대 이상의 감동을 느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내가 뉴욕거리를 처음으로 걸었던 기억은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설렘 그 자체였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모든 인종과,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에서 털 코트를 입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각양각색의 다양함을 하나의 거리에서 보았던 신선한 기억이 그 이유이다. 뉴욕의 애칭인 'melting pot'을 몸소 실감하며 나 역시 뉴요커의 한 사람이 된 듯 그렇게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그들과 하나가 되었던 또 하나의 경험은 뉴욕 최고의 번화가인 타임스퀘어에 있던 TKTS 에서였다. TKTS는 전날까지 팔리지 않은 뮤지컬과 연극표를 모아 당일 공연에 한해 25%~50% 할인된 가격에 파는 할인매표소의 이름이다. 특히 가격이 비싼 편인 뮤지컬의 경우 저렴한 가격의 표를 구할 수 있다는 매력에 보통 2~3시간 정도의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단 1불이라도 아끼기 위한 마음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구입한 티켓은 ‘미스 사이공’이었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캐츠’에 이은 세계 4대 뮤지컬 중의 하나인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미군과 베트남 술집 여인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여주인공인 ‘킴’이 악몽을 꾸는 동안 무대에 실물크기 헬기의 등장은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그 밖에 베트남전의 상징인 소총부대와 거대한 호치민 흉상의 등장은 뮤지컬이기 이전에 한 편의 리얼리티 드라마를 보는 듯 해, 내 생애 처음으로 만난 뮤지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영화 <투모로우>나 <택시드라이버>하면 떠오르는 뉴욕의 상징, ‘옐로우 캡’이라는 노란 택시는 뉴욕을 여행하는 동안 늘 함께하는 교통수단 중의 하나이다. 호텔에서 체류할 때조차도 새벽 내내 들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바쁘게 움직이는 옐로우 캡의 소리는 밤새 잠들지 않는 뉴욕을 생생하게 실감케 하였다. 노랑의 강렬한 인상이 생기 넘치는 뉴욕과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주차시설의 부족과 주차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선호한다는 뉴요커들에게는 옐로우 캡 외에도 지하철이 있다. 지하철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깔끔하지 못한 시설이나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지상 밖의 뉴욕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을 연상한다면 실망도 크겠지만 평범한 뉴요커들의 일상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오히려 더 친근한 기분이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인 <프렌즈>나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처럼 사랑, 젊음, 낭만, 스타일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그 곳, 뉴욕은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뉴욕에 가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다양함이 살아있는 뉴욕의 한 가운데에서 그들과 함께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뉴요커가 되어갔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노천카페에서 브런치와 커피 한 잔을 즐겨보고 싶다면 ‘melting pot’의 거리는 어떨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