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아침을 열며-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2.11 18:2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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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춥다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다보니 벌써 12월도 중반으로 달리고 있다. 연말연시라 별로 하는 것도 없지만 마음이 분주한 것 같다. 올 한 해 정말 다사다난했다. 누군가 그랬다는데 나의 하루는 너무 길지만 한해는 아주 짧다고. 좋지 않은 일도, 좋은 일도 많았다. 좋지 않은 일로는 좀 더 나를 벼리는 계기로 삼아야겠고, 좋은 일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겠다.

바쁘긴 바빴는데…크게 건진 것은 없는 것 같다. 계획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식상하지만 지나가는 해를 반성하고 내년 계획을 세워야하는데 하던 대로 하자. 즉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계획도 탄탄한 기초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열정의 온도는 서서히 식고 있으려나…초심으로 돌아가 시작하는 마음을 모아본다.

어른들이 보시면 욕하겠지만 이제 슬슬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의지가 나약해지고 있다.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밤샘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있었나싶다.

불어난 허리로 봤을 때 건강한 몸을 잘 만들지도 못했고 가족을 잘 챙기지도 못했고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에서 별 차이도 없고 사람들의 마음을 두루 잘 살피지도 못했고 단지 나쁜 짓은 안하려했는데 누군가는 상처받았을 수도 있겠고…몸이 무거워져서인지 생각도 나태해진 것도 같지만 자아비판의 장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해마다 늘 그랬듯이 반복되는 것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고 실천은 너무 안 되는 것이 고쳐야할 점인 것 같다. 잡다한 생각이 많고 행동력이 약한 것. 스스로 계획한 것이나 주변에서 듣는 것은 조언으로 참조하고 실천하면 좋은데, 게으름이 발동하여 ‘다음에 하지 뭐.’하고 살짝 미뤄두는 습관이 있는데 점점 쌓이고 쌓여서 큰 강을 이루어 바다에 나갈 참이다. 조금씩 틈을 내어 주변을 정리 정돈해 나가야겠다.

올해 무엇보다 좋았던 일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혼자는 의지가 약해서 시간이 나면 읽는다는 말은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계속 바쁠 예정이니 결국 안 읽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집중하여 읽다보면, 어느새 다 읽어갈 때의 즐거움. 비록 다 읽지 못해도 작가와 공감가는 부분을 만나면 지지받는 느낌과 함께 빙그레 웃음 짓곤 한다.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을 통해서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와 생각이 확장된다. 더불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훈훈함이 묻어나고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부지런한 습관, 일찍 일어나는 습관, 등등. 이전에는 부지런하면 밥은 먹고 살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누구나 청년들이 더욱 안정적인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제 점점 평생직장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지고 인생이모작, 삼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조금씩 준비하여 소소하게 또는 거대하게 자신이 준비한 정도에 맞추어 한발 내디뎌본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가? 이 분들에게는 배부른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평균연령이 길어지고 노인으로 소득 없이 살아야하는 시기가 늘어남에 따라 노년기를 준비하여야했지만, 자식들 키우고 어른들 봉양하고 나니 자신의 노년기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그 분들이 바로 우리 어르신들이시다

전쟁의 고통을 어릴 적에 몸소 겪어본 분들, 그 분들은 전쟁의 실상을 알기에 생각 없는 어린이들처럼 무모하게 ‘차라리 전쟁이나 나버려서 확 뒤집어지면 좋겠다’는 무책임한 말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뜬금없지만 트럼프대통령에게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할 생각은 접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생각만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맹목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도 좀 생각해볼 일이다. 이즈음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좀 던져본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등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말이다. 해야 된다는 생각에 정작 해야 할 것을 놓치고 살지는 않는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더욱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를 늘 고민해왔지만 정답은 없다. 이렇게 흔들리면서 계속 가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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