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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악의 평범성 2017정민화/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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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18: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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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화/논설위원-악의 평범성 2017

정유년 한해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남긴 채 저물어가고 있다. 한 시대 역사의 변곡점에서 숨죽이며 지켜봐야했던 역사의 현장엔 과거 주역들의 반성과 회한 만이 가득한 채 우리는 또 다른 한해를 준비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과거의 것이 청산되어 가는데,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위기일수 있다. 내년에는 국민들이 스스로 삶이 바뀐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국정 방향을 틀어잡아야 한다.

민주노총 간부의 민주당 대표실 점거농성이 계속 되고 있어 노동개혁의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내년에는 근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그리고 핵심과제인 일자리 창출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국회에서는 대의 민주주의가 정상적이지 못하고 병목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적폐가 깊고 어두울수록 저항은 더 크다. 문대통령은 아직 저항세력을 돌파하지 못했다. 역량을 키우고 우군을 더 넓혀야 한다. UAE 임실장 특사 논란, 개헌문제 등도 해를 넘기고 있다.

2017년도 이렇게 미완의 과제들만 남긴 채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17일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0명(34%)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꼽았다”고 밝혔다.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최근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져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 있으며, 먼저 진실을 명백하게 가려 다음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정권이 바뀌고 7개월이 지나는 동안 국민들은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재판받는 장면을 일상처럼 목도하고 있다.

사필귀정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동정심이 들기도 한다는 게 솔직한 심경이다.

그들의 불쑥 불쑥 던지는 외마디 외침에서 솔직한 심정의 편린을 엿볼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패망한 정권의 도승지로써 차라리 사약을 받고 싶다 ”, “신이 허락한다면 당시로 돌아가 되돌리고 바로잡고 싶다”, “윗선의 지시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과연 우리는 그 당시 그 위치 있었다면 어떡했을까? 아니다!! 라고 장담하기엔 왠지 불편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에서 독일 나치스의 친위대 장교로써 강제 수용소에서 약 600만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아이히만’을 생각하게 한다.

1960년 5월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삶을 마감한다. 아이히만이 재판정에 섰을 때 세계 언론은 한 ‘악마’를 보기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에게서 ‘괴물’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그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친위대도 친구의 권유에 등 떠밀려 들어간 것이라고 하였다.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그의 범죄는(양심에 따라)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한 나아렌트는 “악행은 악마적 속성이 아니라 생각의 결여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나왔다.

인간이 책임을 회피하는 부당한 방법 중 하나는 ‘내게는 그런 권한이 없었다. 그러한 권한은 상관에게 있었다’는 식의 변명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있으며, 보편적 윤리에 근거하여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상부의 명령을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다. 이들의 문제점은 그러한 인간의 능력과 의무를 포기한데서 찾을 수 있다고 봐야한다. 또 다시 한해를 보내면서 역사의 법정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권력이 있으면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불리하면 통합을 외치는 세력을 보게 되는 반복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빌면서 망중한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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