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개들의 천국
진주성-개들의 천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25 18: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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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개들의 천국


애완견이든 반려견이든 갑작스럽게 개를 기르는 가정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안거나 업고도 다니고 유모차에도 태워서 다닌다. 온갖 시중 다 들며 상전 모시듯 한다. 개들의 천국이다. 용품점도 다양하다. 옷과 액세서리도 어린이용 못지않게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전용 목욕탕과 미용실도 있고 호텔도 있고 화장장도 있고 장례식장도 있으며 납골당도 있고 49제도 지내고 동호인끼리는 애완견의 죽음에 조문도 하고 부조도 한다. 한마디로 개판이다.

아침마다 승강기 앞에서 오늘은 제발 아래층의 애완견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고 조마조마 하게 마음을 졸여야 한다. 몹시 사나워서다. 몇 년 전만해도 아파트에서는 개를 기르는 가정이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애완견을 기르는 집이 늘어나 승강기를 탈 때면 자주 맞닥트려져 곤욕을 치른다. 애완견을 안고 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목줄만 잡고 걸리고 타는 사람이 있다. 전자나 후자나 승강기의 비좁은 공간에서는 애완견의 공격권 안에 있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덩치는 조그만 해도 앙칼지고 공격적이라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듯이 덤벼든다. 주인은 달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용케도 아무 탈 없이 승강기에서 내릴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하지만 승강기에 내려 주인이 개를 바닥에 놓으면 순식간에 총알같이 달려와 짖어대며 덤벼든다. 연방이라도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질 기세다. 목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는 있지만 갑작스런 동작에 목줄을 놓치기라도 하든지 아니면 총알 같이 튕겨져 나오는 힘에 목줄이 끊어지기라도 한다면 속절없이 물어뜯길 판이다.

애완견을 기르는 주인에게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충복이겠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공포와 위협의 대상이다. 예민한 경계심에 끈질긴 방어력과 사생결단의 공격력을 가진 개의 습성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재롱과 복종심의 기특함에 빠져 기르는 주인들은 개의 본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하나 같이 ‘우리 개는 순하다고 한다’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만큼 남에게는 공격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인을 죽기 살기로 보호하기 위하여 남을 죽기 살기로 공격하는 것이다. 이웃집의 애완견에게 물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크고 작은 상해를 입힌 사례들이 적지 않다. 올해는 무술년으로 십이 간지상의 개의 해이다. 타인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당부를 하며 개보다는 사람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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