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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외줄타기외줄타기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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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4  18: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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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선거연수원 초빙교수·역학연구가-외줄타기

“장사는 장사다”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하인리히뵐이 외친소리다. 유사 이래 인류는 그 내면적 모순과 연약함을 극복하면서 보다 나은 인류 공동체를 지향하는 줄기찬 노력을 멈추지 않고 위대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한 모든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생존을 위하여 또한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하고 죽이는 짓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아름다운 주장과는 달리 다른 한 쪽에서는 이런 잔혹하고 끔찍한 일들이 살벌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 현상이 그냥 일상적인 세상의 모습이다. 이런 모순된 현상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크로노스(=싸투르누스)로 상징하고 있다. 이 신은 농업의 신으로서 풍요와 황금의 상징임과 동시에 잔혹함과 죽음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사람의 두뇌를 파충류 두뇌와 신성의 두뇌로 구분하여 보는 것과도 같다. 사람의 뇌를 생존과 종족 번식만을 추구하는 파충류 두뇌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덕성을 수행하는 대뇌 등 외피두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하기에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이율배반적 상호모순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않는 은밀한 구석에서는 자기 생존을 위한 이기심과 종족 본능을 충족하는 행위에 몰두하며,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거룩한 신의 모습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 사는 세상을 단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여 단죄하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이율배반적 속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각 나라들을 또한 한 가지 잣대로만 판단하여 접근하는 것도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각 나라들은 저마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하여 자기 나라가 취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전략들 중 가장 평화로운 전략이 장사하는 시장방식이고, 가장 끔찍한 전략이 대량 살상이 불가피한 전쟁이다. 즉 국제무역과 국제전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뵐은 전쟁조차도 장사의 연장이라고 단언한다. 아니 장사의 틀이 깨지면 필연적으로 비참하고 살벌한 전쟁이 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문학가적 감수성으로 외쳤다.

평화를 주창하였던 평창 올림픽이 매우 성공하였다고 내외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겨레의 정서적 동질성에 기반 한 남북의 평화제스처 또한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통일이라는 추상적 환상에 비하여 닥쳐있는 현실은 냉엄하다. 무엇보다도 ‘통일’이라는 같은 소리 같은 말에 대한 남한과 북한의 인식과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 문제이다. 나아가 지향하는 통일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면 이는 환상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것이다. 북한의 현실적 핵무기 위협에 대하여 한미는 예정된 군사훈련을 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경제봉쇄와 군사력으로 북한을 옥죄고, 이런 미국의 전략에 각 나라들도 저마다의 계산방식으로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리하여 겉으로는 평화로운 거래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것 역시 장사치의 수판이 틀리면 예기치 않은 이 땅의 끔직한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막연한 평화공존주장은 목덜미에 들이민 칼끝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자기기만이다. 또한 핵폭탄 불구덩이를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여 안보위기로써 민심을 한쪽으로 몰고 가려는 것도 일면 음흉한 계략일 수 있다. 다양한 의견 제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장하여야 할 자세지만 이것이 국론 분열로 이어져 국가의 힘을 쇠락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날과는 달리 국가들은 저마다의 생존을 위하여 계산기를 두드리며 장사판을 펼친다. 빛의 속도로 전개되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미미한 국제정세라도 곧 바로 국내의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국정담당자의 책임이 일차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도 중요해졌다. 흔들리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풍전등화 같은 외줄타기, 개인으로서의 개체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으로서의 공동체의식도 잃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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