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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늙음의 두 장면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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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5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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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늙음의 두 장면

얼마 전, 노인과 관련된 두 개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서울발이고 다른 하나는 도쿄발이다. 서울발 기사는 〈“잘 살고 싶지만 잘 안 되네요”… 고독한 노인들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1년에 1만 수천 건에 이르는 노인 고독사와 인구 10만명 당 58명이 넘는 노인 자살률을 전하고 있었고, 도쿄발 기사는 〈일본 할머니들의 ‘위풍당당’〉이라는 제목으로 80대, 90대, 심지어 100세가 넘은 할머니들의 저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10년 세월을 일본에서 살았던 나로서는 이런 대비가 너무나 가슴 아팠다. 뭐든 일본을 앞질렀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런 바람과는 한참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사에 비친 단면들이 전체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도 이를테면 김형석 교수님의 《100년을 살아보니》 같은 저서가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에서도 고독사와 노인자살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기조가 다르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생로병사라는 말이 알려주듯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은 그 어떤 인간도 피해갈 수 없는 보편적 진리에 속한다. 이 말이 4가지 성스러운 진리(4성제) 중의 일부임을 알려준 석가모니 부처도 생로병사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철학공부를 통해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이 현상들을 대하는 우리 인간의 태도 내지 방식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노화 내지 노년을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한국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늙음을 대해야 할까. 문제의 핵심은 빈곤과 고독과 절망이다. 이 문제들은 비단 노인에게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속한다. 그 사연과 양상들은 아마 천차만별로 다양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한평생 어떻게 살았길래 늙어서 그 모양 그 꼴이냐’며 노인들의 빈곤과 고독과 절망을 탓하고 나무랄 수만도 없다. 물론 1차적으로는 본인들의 의지와 노력이 관건이긴 하다. 책을 쓰겠다고 나선 저 일본의 할머니들도 그런 의지와 노력을 보여준다. 그것은 분명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주변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 등 누군가의 격려와 조력이 그 주변에 있었을 것이다. 습작교실 같은 제도적 장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여건들을 이제 우리도 성숙시켜나가야겠다. 우리 사회가 피해갈 수 없는, 피해 가서도 안 될 복지의 방향이다. 인문, 문화, 예술의 장치들을 노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문학, 역사, 철학, 연극, 영화, 음악, 미술, 건축 등등을 즐기고 거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그 끝에 어떤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도 수년 전 아직 국내에 소개되기 전의 그 일본 할머니 시집을 한권 읽은 적이 있다. 지극히 단순하고 초보적인 것이었지만 소위 전문가의 잔뜩 멋 부린 작품들보다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느꼈었다. 한국이라고 그런 작품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노년의 빈곤과 고독과 절망, 그것이 어찌 그렇게 된 노인들만의 책임이겠는가. 가정은, 사회는, 특히 정치는 그것에 책임이 없다고 쉽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아직 젊음을 자랑하는 우리 모두도 조만간 그 노인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때는 우리도 저 도쿄발 기사가 전하는 것처럼 ‘위풍당당한’ 할머니 할아버지로서 새로운 기사의 한토막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로 재치있는 일본 어느 노인의 풍자시(川柳) 한편을 소개해둔다.

“연상녀가 늘 내 타입이었건만 이제는 없네(年上がタイプだけれどもういない)” (작가명 9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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