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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삿포로의 눈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국제식량안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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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5  18: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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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국제식량안보대학원장-삿포로의 눈

겨울의 끝자락에 삿포로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출발하기 전날 일기예보에서 북해도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 눈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내심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나의 고장 진주를 포함한 남해안 지역은 십 년에 한 번의 정도 많은 눈이 내려 차량들이 뒤엉켜 버리는 상황들이 간간이 발생했다.

그 중 특별한 사건들 중 하나는 1996년 겨울로 기억한다. 가족을 동반하고 부산으로 가야하는 데 온 천지가 눈으로 뒤 덮였다. 차들이 주행하던 중에 길 가장자리로 스르르 미끌리거나 빙글 돌아서 반대방향으로 서서 갈 길을 잃거나 동승자들이 차를 밀고 가거나 비상들을 켠 채로 겨우겨우 거북 걸음으로 가는 상황들이었다.

다행이도 우리 일행은 험난한 눈길을 헤치고 국제선 선착장에 도착하여 일본 큐슈지역으로 갈 수 있었고, 그 곳에서도 폭설을 만나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도 눈은 나에게 좋은 상상력을 갖게 해주어서 다가서고 싶은 느낌이 많다. 눈을 만나서 고생을 적게 한 경우라서 일 것이다. 눈 때문에 나쁜 상황이 있는 경우라면 생각의 차이는 많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춘분을 지나면서 때 아닌 전국에 111년만이라고 하는 폭설로 인하여 휴교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요즈음은 기후 변화에 따른 민감한 환경변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지진이라든지 지구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다각도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삿포로 치토세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상황에도 함박눈은 펑펑 쏟아졌다. 내려다보는 평면은 온통 하얀색으로만 분칠되어 있었고, 세로로 보이는 건축물들 사이로 간간이 자신의 색을 드러내었다. 사람들 모두 야!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우산을 챙겨야 하는데 깜빡 잊고 왔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그래도 이곳은 눈이 많은 곳이라 주변에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하면서 안심했다.

마중 나온 지인과 함께 공항을 지나 삿뽀로를 향하는 길목에는 차선은 아예 구분이 되지 않았고, 길 가장자리와 인도 사이에 겨울동안 쌓여 녹지 않은 눈으로만 형성된 눈길 가로수들이 길게 늘어섰다.

단독 주택의 정원에 심겨진 나무에는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하려고 짚으로 가지런히 꼬아 줄을 만들어 가지마다 정성스럽게 엮어 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나라 사람들의 특징인 섬세함이 잘 표현되는 또 다른 장면이다.
평소에 눈길 운전으로 잘 훈련된 사람들이라서 차량의 속도를 그다지 줄이지는 않는다. 눈길에서도 60~70km 속도를 낸다. 이곳 사람들은 양보하는 운전 습관이 좋아서 승객을 편안하게 한다. 나도 운전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핸들의 위치가 우측에 있어 차선 또한 반대 방향임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있겠다.

호텔에 도착 이후는 저녁 만찬과 온천욕이 준비되었다. 온 종일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서 피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려고 온천을 갔다. 마침 야외 온천이 있어 기대를 하였으나 하루하루 남탕과 여탕이 교체되는 관계로 오후에는 여성들에게만 노천 온천탕이 허락되었다.

새벽 5시부터 남자들에게 노천탕이 개방되어 일찍 준비하여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어스름한 시간에 더듬더듬 탕 속으로 몸을 숨겼다. 동공이 커지면서 조금씩 주변의 물체들이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폭설경보 중이라 눈은 밤새도록 끊임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어느 듯 여명으로 밝아지니 주변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고, 바람 따라 흔들흔들 반짝거리며 내리는 눈들은 따듯한 탕 속으로 꼬리를 물고 사르륵 사라지고 또 사라진다. 바람이 세게 몰아칠수록 그 광경은 더욱 현란하다. 때로는 지붕에 쌓인 눈들도 덩달아 떨어지기도 한다.

한동안 눈들의 향연에 몸의 피곤함도 오염된 생활 속의 생각들도 꾸며지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장단에 맞춰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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