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노인은 지혜의 상징
칼럼-노인은 지혜의 상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5.07 18:2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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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노인은 지혜의 상징


늙은 부모를 내다버리는 풍습에 관한 설화(說話)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 몽고, 시베리아, 유렵과 중동 지방에도 있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설화가 중국의 ‘효자전’에 실려 있는 원곡 이야기와 ‘잡보장경’의 기로국(棄老國) 설화이다.

원곡이야기는 원곡의 아버지가 늙은 할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산속에 버리고 돌아오다가 어린 원곡이 아버지가 늙으면 역시 이 지게로 갖다 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뉘우쳤다는 내용이고, 기로국 설화는 옛날 기로국에서 국법을 어기고 몰래 늙은 아버지를 봉양하던 대신이 아버지의 지혜를 빌어 까다로운 수수께끼를 풀어서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 아버지도 편히 모셨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노인에 대한 공경과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는 윤리가 내재되어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노인을 잘 섬기면 많은 이득이 있다. 전에 듣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명성이 멀리 퍼지게 되며,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게 된다. 나는 현세에서뿐만 아니라 전세(前世)에서도 늘 부모나 연장자나 노인을 공경해 왔다” “전세에 어떻게 공경하셨다는 것입니까?” “먼 옛날 전세에, 집에 노인이 있으면 멀리 내다버리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기로국이 있었다. 그때 한 대신도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국법에 따라 멀리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효심이 지극하여 차마 아버지를 버릴 수 없었다. 그는 몰래 땅을 파고 방을 만들어 거기에 아버지를 모셔 놓고 아침, 저녁으로 보살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신이 뱀 두 마리를 왕 앞에 갖다 놓고 이렇게 물었다. 만약 이 뱀의 암놈과 수놈을 구별한다면 너의 나라가 무사하겠지만 그걸 구별하지 못한다면 너의 목숨은 물론 너의 나라는 7일 후에 멸망하게 될 것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두려움에 떨며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였지만 아무도 암수를 구별할 지혜가 없었다. 그리하여 온 나라에 영을 내려 뱀의 암수를 구별하는 자에겐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때 그 대신이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물었더니 그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드러운 비단 위에 두 마리 뱀을 놓아두면 알 수 있다. 그 위에서 이리저리 나대는 놈은 수놈이고, 꼼짝 않고 얌전히 있는 놈은 암놈이다” 대신이 왕궁으로 돌아가 아버지가 일러준 대로 하였더니, 과연 암수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었다. 천신은 다시 문제를 내놓았다. “이 큰 코끼리는 몇 근이나 되겠는가?”이 역시 왕과 신하들은 물론 나라에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이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코끼리를 배에다 싣고, 배가 물에 잠기는 선에다 표시를 해놓아라. 그다음 코끼리 대신 표시해 놓은 선까지 돌을 실으면, 그 돌의 무게가 바로 코끼리의 무게가 된다”

그 다음에는 천신이 손과 발에는 쇠고랑을 차고, 목에는 사슬이 걸려 있고, 불에 이글이글 타는 몸으로 변신해서 물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는 자가 있겠는가?”이 물음에 대하여 역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대신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일러 주었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남을 해롭게 하며, 남편을 배반하면, 이런 사람은 내세에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칼이 잔뜩 꽂혀 있는 산을 올라야 하고, 불타는 수레에 올라타야 하는 고통을 끝없이 받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고통은 천신의 고통보다 백 천 만 배나 더 심하다” 대신은 아버지의 말을 그대로 천신에게 들려주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대신에게 말했다. “이것은 그대의 지혜인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인가?” “신의 지혜가 아닙니다. 원하옵건대 신의 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시면 그 내력을 아뢰겠습니다” “설령 그대가 만 번 죽을죄를 지었다 해도 용서함이 마땅하니 주저하지 말고 말해 보시오” “국법에 의하면 노인을 부양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소신은 늙은 아버지를 차마 버릴 수 없어 국법을 어기고 몰래 땅을 파서 굴속에 아버지를 숨겨 두었습니다. 이번에 신이 대답한 것은 모두 제 아버지의 지혜이며 신의 지혜가 아닙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온 나라에 명하여 노인을 버리지 못하게 하옵소서” 왕은 즉시 나라에 명령을 내려, 노인을 버리는 것을 금할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 스승을 공경하지 않으면 큰 죄를 내리라는 포고문을 내 걸었다. 오늘이 ‘어버이 날’이기에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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