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 2018-08-20 16:34:41
경남도민신문
뉴스 지역 시민기자 기획 오피니언 커뮤니티 LIFE 알림 포토
오피니언전경익 칼럼
칼럼-무심하라! 무심하라!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경남도민신문  |  gndm1000@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5.14  18:48: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무심하라! 무심하라!

만공(滿空: 1871∼1946), 한암(漢巖: 1876∼1951) 경봉(鏡峰: 1892∼1982)스님…이 세분은 당대의 대표적인 선지식으로 추앙받았던 분들이었다.

어느 날 비구니 일엽(一葉)스님이 만공스님께 여쭈었다. “스님 참 이상한 일입니다. 스님께서 금강산 마하연에 계실 때도 그랬고 이 수덕사도 그렇고, 스님이 계시기 전에는 끼니 걱정하기 바빴는데, 스님께서 머물기만 하시면 시주(施主)가 줄을 이어 양식 걱정을 안하게 되니, 스님께서는 대체 전생에 무슨 복을 그리도 많이 지으셨습니까?” “전생에 내가 고생고생 해가면서 저축을 좀 해 두었더니 그게 지금 돌아오는 거야.” “무슨 저축을 어떻게 하였는데요?” “전생에 나는 복도 지지리도 없는 여자였다. 그래서 전라도 전주 땅에서 기생 노릇을 했었지” “예! 기생노릇을 했어요?” “그때 내가 육보시(肉布施)를 좀 했지. 그 짓을 해서 번 돈은 굶는 사람들 양식을 사다주고, 전주 봉선사에 계신 스님들 양식도 대어 드리곤 했는데 그런 짓들이 저축이 되어서 이제 조금씩 돌아오는 거야” 한암스님은 봉은사 조실로 주석하다가 친일 승려들이 설치는 꼴을 보다 못해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며 열반(涅槃)할 때까지 오대산 산문 밖 출입을 끊었던 큰스님이었으며 승려다운 승려로 첫손에 꼽히는 수행자였다.

경봉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실 때 한 스님이 울면서 “스님…스님…스님께서 가신다음 스님이 보고 싶으면 어떡합니까?”하고 여쭈었더니…“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만져 보거라”하시고 열반에 드셨다. 선사(禪師)들은 죽음도 멋지게 맞이하셨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껍데기에 쏠려 있다. 벤츠를 끌고 다니는 소인배에겐 허리를 숙일지언정 선비처럼 살아가는 가난한 문사는 경멸하고, 명품을 휘감고 다니며 허접한 교양을 가장하는 일명 사모님들은 내심 부러워할지언정 정직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소박한 이웃아줌마는 무시하기 일쑤며, 머릿속이 텅 빈 잘생긴 사람은 추앙할지언정 덕과 지혜를 갖추었으되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에 대해선 눈을 돌리지 않는다. 문을 닫는 서점들이 늘어가는 대신 성형외과 병원들은 문전성시를 누리고 있지 않는가. 이는 그림자가 실체를 덮어버리는 꼴이니, 아무리 노기(怒氣)를 보이지 않고 자애하셨던 스님이라 할지라도 주장자(拄杖子) 한 방 크게 내리치시지 않을까 보냐. 부러져 나뒹구는 비루한 나무의 잔해에도 말없는 부처의 가르침이 스미어 있음이다.

‘열반경(涅槃經)’에서 이르되, ‘집착하는 까닭에 탐욕이 생기고, 탐욕이 생기는 까닭에 얽매이게 되며, 얽매이는 까닭에 생로병사와 근심, 슬픔, 괴로움과 같은 갖가지 번뇌가 뒤따르는 것’이라 했다. 재물에 집착하는 순간 돈의 노예로 떨어지고, 사랑에 집착하는 순간 이미 사랑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 깊은 산 중 바위에 파인 지나간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뒤에 오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이00, 김00, 조00…. 선술집 벽지에, 그것도 모자라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까지 날아가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에조차 거침없이 써 갈기는 이름자에 대한 무작스러운 집착들…비와 바람 오가는 중에 몇몇 흔적들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지 않는가? 한국불교계의 큰 스승이었던 경봉스님은 ‘무심하고 또 무심하라! 고 일러 주셨다. 사랑으로부터 무심하고, 미움으로부터 무심하고, 명예로부터 무심하고, 탐욕으로부터 무심하고, 온갖 세상살이로부터 무심하라! 오는 이는 주인이요, 가는 이는 손님이라 했으니 가고 오는 것이 무심하고, 머물고 떠남 또한 무심한 것이다’ 송광사 화엄전의 주련(柱聯)의 글귀가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하다. ‘바다 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타는 불 속 거미집에 고기가 차(茶)를 달이네. 이 집안 소식을 뉘라서 알랴! 흰 구름은 서쪽으로 날고 달은 동쪽으로 달린다’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내셨던 효봉(曉峰: 1888∼1966)스님의 법문이 가슴을 때린다. ‘마음과 짝하지 말라. 무심하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하니라. 만일 마음과 짝하게 되면 움쩍만 해도 곧 그 마음에 속느니라’ 하셨다. “어디 가니?” “발길 닿는 대로 간다” 그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어디 가니?” “바람 부는 대로 간다” 세 번째 만났을 때 “어디 가니?” “시장에 간다” 마음을 잘 다스리면 석가모니가 되고 돈을 많이 벌면 빌 게이츠가 된다. 이번 달은 부처님 오신달이기에 절집의 냄새들을 한 번 되새겨 보았다.

<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경남도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ㆍ고충처리인
경남 진주시 동진로 143   |  대표전화 : 055)757-1000  |  팩스 : 055)763-2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창효
Copyright 2011 경남도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ndomin.com
본사이트에 게재된 모든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소유하며 발행인의 사전허가 없이는 무단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