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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초파일을 앞두고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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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7  19: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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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초파일을 앞두고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절집을 처음 갔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못 잊고 있다. 삼십여 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본 것이라고는 구부정한 좁은 골목의 돌담길과 어긋어긋하게 마주보는 대나무 사립문에 고개를 숙인 듯이 납작하게 엎드린 초가집이 닥지닥지한 것만 보아오다가 대궐 같은 절집을 보았으니 놀라움뿐이었다. 말이 대궐이지 대궐도 본적은 없었고 이웃마을에 있는 외갓집에 갈 때나 본 기와지붕의 우체국과 초등학교가 전부였는데 할머니를 따라 절집을 처음 보았으니 말 그대로 눈이 휘둥그렇게 놀라웠다.

절집 들머리에서부터 사방을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에 한두 번 다니는 작은 버스가 겨우 다니는 자갈 깔린 신작로가 엄청나게 넓은 길 인줄만 알았는데 절골 들어가는 산길도 신작로만큼 넓어보였고 길 양편으로 돌멩이를 높게 쌓은 돌탑도 신기했으며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우람한 바윗돌이 계곡과 산기슭에 불쑥불쑥 우쭐대고 반들거리는 반석이며 물소리조차도 신기했다. 앞산뒷산 할 것 없이 생소나무 베어다가 땔감으로 쓰던 때라 민둥산만 보았는데 낙락장송들이 울울창창하게 빼곡한 것을 보았으니 처음 보는 경관에 놀랄 법도 했을 거다.

그러다 손바닥에 땀이 괴도록 할머니의 치맛자락을 꼭 잡은 것은 절집 건물이 눈앞을 가로 막는 순간부터였다. 드높고 드넓은 목조건물의 장엄한 기품과도 생면이었고, 오색단청 찬란하데 처마 밑의 익공포가 위엄을 품어내는 육중한 전각들의 짓누름의 엄숙함에 숨이 멎을 것 같은 정숙함도 처음이라 그저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TV도 그림책도 없던 세상이었으니까 그저 신기할 뿐이었고 할머니를 따라 자꾸만 절을 했던 것이 백발이 성성한 오늘로 이어졌다.

멋모르는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찾고 찾은 것이 이제는 믿음이 되고 신앙이 되어, 망상을 떨쳐내고 헝클어진 상념의 새를 가르려고 발걸음을 자주하지만, 날이 갈수록 천년고찰은 옛 모습을 지워가고 있어 정취도 무뎌지고 경건함도 옅어진다. 계곡은 잠식되어 도로는 넓어지고 기암괴석 쪼아내어 석불석탑 조성하고 헌집 헐고 축대 쌓아 고대광실 새 집지어 고불탱화 걷어내고 대불조성 봉안하니 중생위한 배려인가 부처님의 자비인가. 중생이야 발원발심 암혈이면 어떠하고 토굴인들 어떠하랴. 수행의 도량인지 일상의 휴식처인지 쓰임도 알 수 없는 콘크리트건물이나 돌아앉은 한옥들은 법계의 별서인가 피안의 안식처인가. ‘스님들이 공부하는 부처님의 집이다’라고 일러주신 할머니의 말씀은 오래전의 옛이야기로 기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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