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가방모찌'로 전락한 지방의회
국회의원 '가방모찌'로 전락한 지방의회
  • 김영우 기자
  • 승인 2012.03.19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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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우/편집부국장
자치행정부장
4·11 총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도내 각 선거구의 전현직 지방의원들이 저마다 각 예비후보 편에 줄을 서기에 바쁘다. 당 공천자는 당락과 관계없이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벌써부터 일부 시군의원들은 ‘정치적 장수’를 위해 줄서기에 나서고 있고, 상당수는 공천 결과에 따라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특정 후보 줄서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상당수가 2년 후 지방선거 공천을 노리는 이른바 ‘공천보험’을 들기 위한 것으로 어느 후보를 지지·지원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생명이 좌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 공천자로 결정돼도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으면 캠프 합류를 미적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친여 무소속 후보가 당선이 유력할 경우 당선 후 입당이 예상되고, 그럴 경우 이 당선자가 기존 당협 위원장을 제치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주지역만 해도 갑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소속 현직 시의원 5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현 의원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또 다른 현역 시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자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전직 시의원 몇몇도 당 공천자를 지지하고 나섰다. 전직 시장 출마자는 무소속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역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들과 지방의원들의 짝짜꿍은 ‘일종의 상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초의원들은 본인의 세를 다질 기회이고 총선후보들은 표를 얻는 만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 정치인들이 총선 후보들에게 줄을 서는 것은 2년 후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국회의원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옥죄고 있는 사슬은 정당·국회의원에 의한 지방정치의 지배로부터 시작된다. 기초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가 지방정치를 옥죄는 사슬의 실체이다. 정당공천제를 통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국회의원의 지방조직원으로 변질시키고 이들을 통해 지방을 국회의원들의 안방으로 만들고 있다.

지역 살림을 감시하는 기초의회에 중앙당이 끼어드는 것도 우습거니와 그 이유도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소속 정당 국회의원의 공천을 받고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수족노릇을 피할 수가 없다. 지역발전을 위해 긍지를 갖고 일해야 하는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의 ‘가방모찌’역할이나 하는 마당에 무슨 자긍심이 있겠는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의 눈치보기와 수족노릇을 감내해야 하는 마당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자긍심이 없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에게 제대로 된 지방행정 집행과 감시·감독을 기대할 수 없다.

선거철만 되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거론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야 국회의원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무시해 버린다. 국회의원들의 특혜와 편익, 기득권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런 와중에 제기된 경남도내 시·군의회 의원들의 기초의회 지방공천제폐지 요구에 대해 중앙 정치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회의원을 위한 제도이며 부패 사슬의 출발점인 기초단체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기초의회는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지역의 문제를 주민의 입장에서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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