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서적, 세상에 빛 보다
임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서적, 세상에 빛 보다
  • 구경회기자
  • 승인 2018.09.30 18:21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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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총서팀 ‘이정선생전도수언’ 제본 확보

5년간 총서 집대성…사천역사 문학 큰 발전


▲ 이은식 원장이 일본 봉좌문고 특별실에서 고서 확인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구암 이정 선생 발간서적이 구암총서발간팀에 의해 456년만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일본 봉좌문고에는 구암 이정선생이 발간한 서적 24권 중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정선생전도수언(二程先生傳道粹言)’이라는 서적을 보관하고 있다. 봉좌문고는 임진왜란 중 일본에서 가져간 모든 문화재 중 서적류를 주로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 없는 서적이 그곳에서 많이 보관하고 있다. 국보급의 서적류와 이도다완 등의 국보급 그릇이나 고려불화 등도 보관하고 있는데, 이 보관품은 외부에는 절대 반출이 되지 않는다. 실물을 열람하기도 매우 어렵다.

구암총서발간팀(팀장 이은식 구계서원원장)에서는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와 공동으로 나고야 봉좌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구암이 발간한 서적을 찾아 나섰다. 구암총서발간은 사천시에서 주최하고 구계서원에서 주관하며 경북대학교에서 책임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구암과 연관된 모든 서적, 구암과 연관된 인물, 역사, 문화 등을 총망라하여 총서로 집대성하고 있다. 5년 기간으로 총서를 완결할 기획인데, 2년간은 자료수집, 3,4년도에는 번역 및 국내외 학술대회, 마지막 5년도에는 국제학술대회 및 총서완결을 목적으로 한다.

구암 이정선생은 사천 구암 출신으로 매우 대단한 조선조 성리학자이며 정치인이었다. 25세에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쳤는데, 중앙에 관직으로 있을 때, 대부분 학문과 연관된 관직만 거치고, 지방의 목사나 부윤 등으로 있을 때는 도서출판, 서원건립 등으로 교육에 전념하였다. 그가 출간한 유학 서적 24권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선조를 통털어 이만한 유학서적을 간행한 이는 없었다.

‘이정선생전도수언(二程先生傳道粹言)’은 원래 중국의 서적이었으나, 퇴계와 구암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수정하여 발간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퇴계 이황이 책의 해설을 맡고, 책의 간행은 경주부윤이었던 구암 이정의 이름으로 되었는데, 당시 경상도 감사의 적극적인 후원이 있었다는 내용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 책은 두 권으로 나누어 있는데, 책 크기가 19.4x31.5cm이고 전체 150페이지이다. 책의 케이스는 짙은 푸른색으로 되어있다. 합천에서 1562년에 발간되었다. 책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연구되지 않았기에 확실히 알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은식 원장은, 학계를 통해서 구암 이정선생이 발간한 이 책이 일본에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와 협의하여, 일본에 있는 보존회연구회원의 소개를 받고 그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봉좌문고와 접촉하고 구계서원이름으로 공문을 보냈다. 그 결과 일본으로부터 책을 복사해 주겠다는 승낙을 얻었다. 일본에 건너간 이원장에게 봉좌문고 문고장은 문화교류를 위해 특별히 깊숙이 보관되어 있던 책을 이원장에게만 특별실에서 보여 주었다. 담당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 하였다한다. 사진이나 필기도구를 절대 지참할 수 없었지만, 이원장은 봉좌문고에 서적담당자에게 봉좌문고에서 사용하는 메모지, 연필, 줄자를 빌려서 책의 규격 등을 꼼꼼히 메모하였다. 봉좌문고에서는 마이크로 필름으로 이 책을 복사해 주었다. 그리고 특별반출허가서를 작성해 주었다. 비록 복사물이지만 이는 원본과 같이 중요성을 같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 책은 국제법에 의해 마음대로 반환해오지 못한다. 몇 년 전 프랑스에서 탈취해간 우리나라 의궤를 반환받지 못하고, 우리가 빌려오는 방식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일을 기억한다. 현재의 문화재관련 국제법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모 대학교 연구팀에서 부탁한 구암이정선생의 출간도서 ‘의려선생전’의 복사를 부탁받았던 기억을 생각해 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모 대학도서관에 있지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기에 봉좌문고에 이원장이 간다는 소문을 듣고 복사를 부탁했던 것이다. 봉좌문고에는 이 책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원장의 정중한 부탁으로 봉좌문고에서는 이 책도 복사해 주어서 복사본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번 일로 구암총서팀은 2권의 희귀도서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사천의 역사문화 발전과 학계에 큰 진전이 있게 되었다.

이 원장은 ‘二程先生傳道粹言’을 영인본으로 제본하여, 11월 23일 구암총서발간 2차년도 보고회에서 무료로 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경회기자

▲ 이양수 재일교포,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대표 정혜스님, 이은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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