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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칼럼-치앙마이 한달살기 Prologue, “비로소 멈추다”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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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6  18: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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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치앙마이 한달살기 Prologue, “비로소 멈추다”

필자는 지금 치앙마이에 있다. 서울의 겨울한파가 몹시 견디기 어려워 따뜻한 남쪽나라, ‘진주’로 내려왔는데 나의 따뜻한 도시마저 으슬으슬 해지자 따뜻한 나라로 떠날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학기 말 성적처리를 하고, 한 해 마지막 강의까지 모두 끝날 무렵이 되었을 때는 매일 밤, 어떤 꿈에 시달렸는데 그건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거리 한 복판 서서 내가 온 몸이 불타도록 춤을 추는 꿈이었다.

서울도 진주도 연말연시의 분위기는 비슷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송념모임과 술자리, 모두들 휴대폰 캘랜더 빼곡히 모임 일정들을 채워두고 저녁마다 클리어하기 바빴다. 그 중 조금 더 바쁜 사람들은 하룻저녁에도 두세 군데 장소를 옮겨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야했기에 더 바쁜 축에 속했다. 이때쯤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술 좀 그만 먹어야하는데…”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어갈수록 점점 더 많은 약속, 점점 더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아침이면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에 온 몸의 세포들이 제발 살려 달라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모두가 비슷한 사이클에 있었으므로 특별히 자신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은 자중해야지’ 하지만, 날이 저물고 파티 속 구성원이 되면, 어제와 별반 다름없는 오늘을 보냈다. 달콤한 와인도, 한 잔 털어 넣는 소주도, 무난히 들이켜는 맥주도 모두 이야기를 펌핑해 팝콘처럼 튀겨냈다.

적당히 어울려 생글생글 분위기를 즐겼고, 한 해 동안 각자 살아온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시기, 필자 역시 그랬고 비슷한 시간들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휘황찬란한 서울의 밤, 고풍스런 촉석루 불빛의 진주를 떠나 치앙마이로 훌쩍 떠나왔다. 서울 영하 13도, 진주 영하 7도. 온 몸이 오돌오돌 떨리고 찬바람이 사정없이 얼굴을 때려대던 날, 미꾸라지처럼 익숙한 도시들을 빠져나와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무력으로나마 비로소 멈추었다. 여섯 시간의 비행. 꿈에도 몰랐다. 그때는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직행하게 될 줄은…몸이 회복하는데 일주일은 족히 걸리게 되었다. 매일 요가 수련과 적당한 양의 음식, 8시간의 수면과 글쓰기 명상이 아니면 곧바로 탈이 날 줄은…

‘한달살기’를 작정하고, 많은 것을 할 요량으로 캐리어 두 개 한 가득 짐을 꾸려왔으나 곧바로 내던져 버리고 싶었던 첫 날, 비행기 안에서 병이 나 실신 직전이었던 그때부터 어쩌면 이 여행의 행로는 정해졌는지 모른다. 그만 좀 헐떡거리라고, 그만 좀 멈추고 네 자신부터 좀 돌보라고…이글거리는 태양 바로 아래서 온몸이 익어가도록 춤추던 꿈은 어쩌면 무의식의 성소에서 도착한 편지가 아니었을까.

치앙마이에 온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파트식 콘도를 구하고, ‘살아보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님만해민의 낯선 골목을 걸어 다니고, 마음에 드는 카페와 서점도 발견했다. 여행을 꾸릴 때 일상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만 우리의 기대에는 언제나 모순과 간극도 있다. 그럼에도 떠나온 것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 어디쯤엔가 여행자의 시간이 있기 때문 아닐까, 멈추어 자신을 돌볼 시간,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올 시간을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치앙마이’인걸까?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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