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십계명
나의 십계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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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석/전 배영초등학교 교장
 시인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자생존이라는 엄염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선악의 구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삶을 이어 왔다. 세계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의 역사’ ‘문화의 역사’가 아닌 ‘피의 역사’ ‘파괴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음을 단번에 인지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인과 사회 국가와 민족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한경쟁의 실상을 보노라면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간에 항상 그 존재의 존립이라는 최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피땀을 쏟으며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이 진행되어 나갈 것이다. 물고 물리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화합과 경쟁이라는 미묘하고도 이율배반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지켜내면서 이웃과 상생해 나가는 도덕률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금기의 계율이 많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고 이렇게 하자는 식의 장려의 가르침도 흔히 나타난다.

역사 초기에 등장하는 팔조금법(八條禁法)에서는 생명과 신체 그리고 사유재산의 소중함을 강조하였고 고려 태조는 유훈으로 남긴 훈요십조(訓要十條)에서 후세의 왕과 귀족 백성을 교화하려 했다. 불교에서는 신남 신녀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금계를 오계(五戒)라고 하는 바 곧 망어(妄語) 사음(邪淫) 살생(殺生) 음주(飮酒) 투도(偸盜)의 다섯 가지 계율이다. 신라  진평왕 때 원광법사가 지은 화랑의 계명인 세속오계(世俗五戒)에서는 사군이충(事君以忠) 사친이효(事親以孝) 교우이신(交友有信) 임전무퇴9臨戰無退) 살생유택(殺生有擇)을 말하고 있다. 기독교의 근본 계율인 십계명(十誡命)에서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 것, 우상을 섬기지 말 것,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 것, 안식일을 지킬 것, 어버이를 공경할 것, 살인하지 말 것, 간음하지 말 것, 거짓말하지 말 것, 남의 것을 탐하지 말 것을 계명으로 삼고 있다.

예로써 제시한 계명에 약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공통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가르침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한 생명존중과 부모공경 등 상생공존을 위한 무한한 노력과 갈구의 흔적이 역력하다. 필자가 즐기는 취미 중의 하나가 바둑인데 여기에서도 위기십결(圍棋十訣)이라 하여 바둑을 둘 때 새겨야 할 10가지의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미소 짓고 살아라. -미워하지 마라. -미리미리 준비하라. -미꾸라지가 되지 마라. -미끄러지면 얼른 일어나라. -미지근하게 살지 마라. -미쳐야 겨우 이루어낸다(不狂不及) -미적 감각을 키워라. -미각을 즐기며 살아라. -미끼를 함부로 덥석 물지 마라. 이상 10가지인 바 공교롭게도 글자 ‘미’로 시작하는 말이라 그런지 재미스럽기도 하여 이웃들과 함께 웃으며 정담을 나누기도 하였다.

미소를 지으며 산다는 것이 쉬운 일 같으면서도 힘이 들어 혹자는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말한다. 숲에서 피톤치드가 쏟아지듯이 엔돌핀이 마구 분출된다고 하니 이 아니 좋은가.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데 왜 미워하며 세월을 허비하겠는가. 상대방의 허물이 한 가지라면 나의 부족함은 숨어있는 빙산이니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자주 가지라는 말이다. 이 충무공의 유비무환의 정신을 앙가슴에 새기고 칠전팔기의 자세를 자녀들에게 가르치자.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감은 좋지만 동료의 어려움에 눈 감고 귀 막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기회주의자는 되지 말자는 뜻이고 물덤벙술덤벙 하지 말자는 얘기다. 한 가지 일을 제대로 이루어내는 재미를 알고 아름다운 꽃 한 그루 가꿀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여겨진다.

마지막은 항상 중요하다고 한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말이 두드려보고도 건너가지 않는다는 유머로 변질한 요즘이지만 오욕칠정에 휘둘리기 쉬운 세상사, 매사에 조신하고 자중자애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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