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두 손이 꽁꽁 묶인 채 잠들어본 적 있으신지 공포영화에서 나올법한 얘기지만, 나에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의 일로 기억한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팔다리의 가려움증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참 고생이 많았었다. 긁적대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안타까워하시는 할머니와 부모님께서는 고심 끝에 내 두 손을 묶으신 것이었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 때 아토피를 겪은 팔다리의 상흔은 어린 나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오죽하면 한여름에도 긴양말과 긴팔을 입겠다고 떼를 쓰다가 부모님에게 매를 맞았을까. 지금은 그 상처자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난날의 추억이 됐지만, 가끔가다 신문에서 ‘아토피 치료법’ 운운하는 광고를 볼 때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시커먼 콘크리트 벽들과 도서관에 갇혀 있다가, 온통 푸른 산과 흙내음, 그리고 새소리를 따라 몸을 움직이면, 땀과 함께 온갖 고민과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사족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등산을 갔던 두 학기는 장학금을 받았지만, 욕심이 지나쳐 등산갈 시간에 도서관에만 앉아 있던 그 다음 학기의 학점은 나를 좌절시켰다. 그리고 이후로 등산은 나의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 되었다.
‘자연 속에서 놀다 보면 아토피도 안녕’ 전국의 국립공원이나 산림청의 자연휴양림을 가보면 대개 이런 식의 홍보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꼭 이런 곳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 맑은 공기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렸을 적 나는 왜 이런 것을 몰랐을까 싶다. 피부를 가꾸고 싶어하는 분들, 도시의 일상과 공해에 지친 분들, 지하철이나 자가용보다 자신의 두 다리가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학교와 학원에 갇혀버린 아이들아, 우리가 본래 태어나고 자라야 했던, 자연 속으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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