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적가족문화 Ⅱ
한국의 전통적가족문화 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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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규/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같은 동양권이고 같은 부계사회지만 이렇게 다른 상속 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의 단독상속을 수직의 대나무형이라면 우리는 장자 호주상속으로 큰 줄기에서 가지가 퍼져나가 다시 줄기를 이루는 풍성한 소나무형이다. 반면 중국은 자녀수만큼 늘어나는 세포분열 형이다. 상속제도에 맞물린 사회제도로 촌수도 달라진다. 중국에서는 바둑판식 친족관계로 오로지 아버지의 형제, 할아버지의 형제 하는 식이다. 우리말의 숙부, 백부, 삼촌, 사촌 하는 숙질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까운 친족관계임에도 결혼을 한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집단을 중시하는 서구와 비교하여 계통이나 유래를 중시하는 우리문화와의 차이는 혼례문제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서양의 평등한 관계에서 누리는 여자의 권리에 비해 부계사회에서의 여자의 권리가 어찌 보면 불균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여자나 같은 동양의 일본, 중국여자도 결혼을 하면 남자 성씨를 따르는데 반해 우리나라 여자의 권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월하다. 이 우월함은 집의 구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집 구조를 보면 바깥쪽에 사랑채와 행랑채가 있고 제일 안쪽에 안채가 있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당연히 안채의 안방이다. 이 방은 안주인의 사용공간이며 권위공간으로 중요한 재산을 보관함은 물론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장소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안방은 평상시에 사랑채에서 기거하던 바깥분이 이승을 마감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가부장제도이면서도 여자의 안방권위는 자칫 독단으로 흐를 가장권을 안주인이 통제하여 조절함으로써 남자와 여자가 균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여자의 권위공간이 전혀 없다. 늙어서 죽는 날까지 할아버지 옆을 떠날 수 없이 한 침대를 사용해야하는 불문율이 있어도 중국의 가장권을 통제하는 사람은 아들들이다. 일본은 남자의 권위가 하늘을 찌른다. 감히 가장권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의 여자는 방을 따로 갖고는 있어도 권위가 없다. 죽는 날까지 할아버지 옆에서 기거하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도꼬마리라 해서 부엌 옆이나 하위공간에서 기거할 뿐이다.

여자들의 권위가 이렇게 제각각인 것은 그 문화적 특성이다. 서양은 부부중심구조로 평등의 원리로 우리가 모든 일을 처리함에 부자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서양은 부부가 모든 것에 앞선다.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우스갯말이 있다. 아내와 아들이 물에 빠졌을 경우 서양은 당연히 아내를 구하는 게 기본이다. 자식은 또 낳으면 되니까,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식을 먼저 선택한다. 호주가 될 사람이고 대를 이을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의 차이로 서양인이 어찌 우리나라의 기러기아빠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물론 좋은 뜻이 아니어서 없어졌으면 싶은 말이지만 우리문화의 습관에서 빚어진 잘못된 관습일 뿐이다.

세계화를 내세우며 현대를 사는 우리사회는 우리의 모든 문화는 유학을 통해 중국에서 배워왔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옛것은 고리타분하고 세계화에 역행한다는 사고로 우리문화의 우수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서양의 성취주의만 좋아하고 따르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먹는 식(食)문화나 주거문화 또는 글자나 권리 등 관습을 알고 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족사상은 화합과 번영을 추구한다. 각자 가족들은 가족의 사상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가족의 화합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목표나 선호하는 바가 가족을 우선할 수 없다. 왜냐하면 화합을 끼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족의 화합으로 강한 결속력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족을 우선하는 것을 배운다. 온화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안정된 가정을, 아버지의 강력한 권력으로 사회를 안정시켜 안정과 번영을 이루는 조화로움을 만드는 토대가 우리 가족문화의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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