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수학시험
실패한 수학시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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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상/경남과기대 바이오대학장
대학이 시내의 중심에 있는 터라 점심 때는 가끔 학교 밖을 나가게 된다. 오늘은 평일인데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이 다닌다. 어? 오늘은 평일인데 저 학생들도 점심 먹으러 나온 건가? 단체급식인데? 땡땡이 인가? 나도 고등학생 딸아이가 있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들려오는 얘기로는 오늘이 시험기간이네. 수학시험을 쳤는데 문제가 어려워 망쳤다고 이마에 잔뜩 조막살이다.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돈다. 하긴 나도 저 나이에는 시험 조금 못치면 세상이 무너졌다. 어쩌다 영수국 시험에서 아는 문제가 많았으면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 갔었지. 하늘 한번 쳐다볼 기회도 생기고.

긴 인생에서 몇 번인가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 별것 아닌 것을 니들이 알 것냐! 이미 50을 넘긴 이 나이에 들어서니 너무 좋을 것도 또한 너무 나쁠 것도 없다. 그 만큼 열정이 줄어서일 것이다. 조그만 일에 세상이 떠나갈듯 흥분하고 때로는 실망하는 것도 다 열정이 있어서가 아닐까. 실망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의 열정을 쏟아 기대감이 컷었다는 것으로 상상된다. 나의 노력과 열정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아마 실망감도 없을 것이다.

저 학생도 아마 평소에 수학성적을 반석위에 올리기 위하여 해법수학, 정석, 숨마쿰라우데, 수학의 바이블, 풍산자, 개념원리, 쎈, EBS 수학 등 모두 열거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고를 하였나 보다. 그런데 그 결과가 기대만 못하니 세상 무너지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 게다. 이 나이쯤 된 사람들 중에 세상의 누구라도 실패해 보지 않은 사람 있습니까. 조금 성공하고 많이 실패하면서 우리들은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얘기인데, 벌써 십수년 전의 일이다.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실패사례라서 글로 옮겨 본다. 일상적으로 배드민턴이라고 하면 누구나가 골목길에서 나름 ‘쳐’본 경험이 있어 친근하다. 그 때까지는 주로 주고받기, 상대방에게 잘 건네주기는 방식으로 콕을 날렸었지. 그런데 체육관 같은 코트에 들어서면 이건 한마디로 장난이 아니야. 상대방이 잘 못 받게 하는 것이 그 목표가 되기 때문이지. 평소는 잘 전달해서 오래오래 공유하는 것이 즐거움인데, 코트에서는 상대방의 실수나 허점을 공격해서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골목 배드민턴에서 코트 배드민턴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많은 반복되는 콕으로부터의 훈련(실패)이 있어야만 비로소 자리할 수 있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직접 실천을 하려면 그 만큼 어려운 것 또한 없다. 그래서 상대방의 실수를 통하여 나는 점수를 얻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항상 고마워 해야 한다. 상대가 나보다 수준이 높다면 나는 그에게 항상 기쁨을 선물한다. 내가 기뻐지려면 그 보다 더 많은 노력으로 땀으로 실패라는 훈련을 차곡차곡 쌓아야만 한다.

처음 시작한 배드민턴이지만 상대방에게 항상 끌려 다니기 싫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코치로부터 레슨을 6개월간 받았다. 나 스스로는 나의 수준을 평가할 수 없지만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진행되는 게임의 승률이 높아져 갔다. 이것이 바로 훈련 즉 실패의 결과물이 된 것이다. 이제는 학교에서는 배드민턴으로는 어깨가 좀 올라간다. 자신감이 생겨난 것이다. 실패의 훈련으로 성공의 기쁨을 보장 받는 것이다. 

만약 내가 하는 일마다 좋은 결과만 있다면 아마 더 이상의 노력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실패하는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에 성공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푹 수그린 어깨를 살며시 두드리며 말해주고 싶다. 젊은이, 오늘 너는 실패하였을지 모르지만 그런 실패감이 오히려 내일의 더 큰 성공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가시밭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오솔길의 편안함을 모르고, 목마름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물의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네가 노을 그 실패의 아픔을 느꼈기에 내일은 그 고통을 이겨내려고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서 너는 조금씩 성장해 가며,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을 얻을 것이다.

봄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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