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과 정신 Ⅰ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과 정신 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22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종호/과학저술가
우리의 유산 중에는 과학성이 증빙될 수 있는 유사보다는 풍수지리나 제사, 사주팔자나 부작, 장승이나 솟대, 도깨비 등 정신적인 문화유산의 경우 과학성으로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많다.

과학기술연구소에서 미국 LA의 항구입구에 세워진 ‘우정의 종’을 만들기 위해 에밀레종을 복제하면서 ‘이 종을 만들 당시의 선조들은 컴퓨터나 크레인, 자동주물 주입기 등 기계설비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선조에게는 무언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우리문화유산의 과학성을 연구하며 각 국의 국립박물관을 볼 때면 새로운 세계에 감명을 받곤 했다. 전시된 유물들을 보면서, 이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세계를 압도할 만한 과학으로 뭉쳐진 우리문화유산이 많다는 느낌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리문화유산은 과학성도 없이 초라하기만 하다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에는 제작방법이라든가 작동 방법 등 과학적인 설명을 구체적으로 적은 자료가 거의 없다. 기술적인 내용을 기록한 것일지라도 그림도 많지 않고 띄어쓰기가 없는, 한자로는 실물이 없는 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수많은 자료들이 전란이나 관리 소홀로 거의 파손되거나 멸실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우리 스스로 자료를 파괴하거나 훼손 한 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운 조선 왕조는 정권을 잡은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조직적으로 파괴했다. 그리고 36년 간 한국을 강점한 일제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조직적으로 왜곡시킨 것은 물론, 중요한 유산들을 파괴하거나 훼손하여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직도 일제의 잔재들이 우리의 문헌이나 자료에 남아 있어 당초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것과는 전혀 다른, 왜곡된 역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파르테논,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품들은 물론 소소한 과학적 기구들이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유는 유산 자체가 우수한 이유도 있지만, 우리 것에 대한 기술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의 문화는 과거부터 많은 연구가들의 분석 자료로 많은 정보가 곧바로 유입되었으므로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영국에 있는 거석인 스톤헨지와 같은 돌들이 갖고 있는 과학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만 전 세계의 2/3에 달하는 고인돌이 우리나라에 있으며, 세계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매우 큰, 중요성을 갖고 있음을 우리나라사람들이 거의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보 부족이 과학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과학성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우리는 과거를 잘 잊는 것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설화의 시작을 보면 ‘옛날,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로 시작된다. 이것부터가 문제이다. 호랑이는 오래 전, 6000만 년 전에 지구에 태어났다. 그러나 담배피던 시절은 컬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가서부터이니 우리나라에 아무리 빨리 들어온다고 해도 450년을 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500년 이상 된 과거는 아예 생각조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보릿고개를 면한지 2-30년 밖에 되지 않았고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우리 것을 찾아볼 겨를이 없었으나 500년 전에도 선조가 있었고 5000년 전에도 선조는 있었다. 그 선조들의 과학성은 무엇인지 눈여겨보아야 할 일이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자체가 과학이다. 과학성이란 포석정이나 아름다운 에밀레의 종소리처럼 수학으로 풀 수 있어야 되고 수학으로 풀리지 않더라도 계나 부작, 판소리, 고스톱 등 인문과학, 정치과학, 경제과학이란 제도와 틀로 풀 수 있어야 과학성이 있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