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따라
발 따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5.28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삼희/창신대학 소방방재학과
외래교수ㆍ시인
마음이 심오하여 발 따라 나선다. 어디로 갈까나 무작정 떠돌다 김삿갓 방랑시인의 흔적 따라 발길이 닿은 영월, 유적지까지 왔다. 방랑시인의 풍자와 해학이 서려 있어 한시의 언문풍월이 풍류객을 사로잡는다. 초라한 무덤하나 길목을 지키고 있다. 폐족의 자식이란 이유로 멸시 했던 탓인지 술과 연관된 한시가 많다. 스스로 죄인이라면서 삿갓을 쓰고 살았다는 풍문이 어쩐지 더 가슴 아리게 한다.

요즘 조금은 자기주의로 사는 현대인에게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 무덤 앞에 술 한 잔 올리고 묵념의 예를 갖춘다.

다시 이동을 한다. 여기가 어디인가 민화 박물관이다. 들어서니 오래된 군호도며 눈에 익은 그림들이 오랜 시간 외출을 접고 전시되어 방문객을 편안하게 맞이하며 압도한다. 모롱이 옆에는 숨은 듯 구름다리하나 제법 볼거리를 제공하며 산줄기 위로 놓여 있다. 시원해서 잠시 쉬어가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갈 길이 멀어 조금은 지친 시간이다.

다시 장령 청령포로 향한다. 아득히 바라보이는 단종의 유배지, 가까이 바라보이는 육지 속 섬처럼 느껴진다.

청령포는 단종이 정순왕후와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연명하다 생을 마친, 슬픈 이야기가 깃들인 곳이다. 서러운 숲을 두고 줄 나루 사공들은 관광객들을 호객하며 바라본다. 갈 수 없는 무인도처럼 느껴져 애가탈지경이다. 단종의 넋이 어딘가에 서성이고 있을 숲속을 두고 단종의 비애에 침묵하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목적지는 영남지방에서 가장 큰 폭포이며 소백산 등산입구에 있는 희방폭포와 희방사. 등산로 따라 조금 올라가니 절벽아래 떨어지는 물보라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절경 중에 절경이다. 천지가 물소리로 요란하여 폭포에서, 여행객들은 신선이 된 듯 감흥에 젖어 든다.

계단위에 희방사 절도 아스라이 자리하고 있어 풍경소리보다 더 풍성한 물소리가 바람소리를 읽고 있다. 그 곁에는 물푸레나무가 무성하다 그래서일까 계곡물이 너무 맑고 청아한 푸른빛이라 계곡에 매료되어 눈을 땔 수가 없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가 했더니 여우비속으로 일곱 빛 무지개가 걸려있다 꿈인 듯 바라보다 일제히 아름다움의 극치에 환호성이다. 귀로의길 문경새재 도립공원, 양반이 다녔던 문경관문을 지난다. 도자기 전시관에 이도다완의 은은한 빛깔이 여행의 참 묘미를 더해주며 넋을 놓게 만든다. 아쉬운 여정의 차창밖에는 싱그러운 햇살과 바람이 살랑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