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의 성공 조건
미얀마 민주화의 성공 조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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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인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주화를 향한 지구적 움직임이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미얀마는 냉전 종식 이후의 동유럽과‘아랍의 봄’으로 일컫는 중동 민주화 열풍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하다. 이제 지구상에서 민주화를 필요로 하는 국가는 북한을 포함한 몇 나라만 남은 셈이다.


미얀마는 지난 수십년간의 군부통치 지속과 인권탄압으로 인하여 국제적 제재와 고립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얀마의 변화 물결은 지난 4월에 있었던 보궐선거에서 이루어진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치적 재기가 그 신호탄을 쏘았다. 그 이후에 이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개혁조치들은 그 폭과 속도면에서 놀랄만하다. 클린턴 미국무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명박 대통령 등 국제적 저명인사들의 미얀마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북한과의 무기거래 중지, 핵개발 계획의 포기, 세계경제포럼의 내년 개최 등이 정치·경제적으로 고립을 벗어나 개방을 선택한 미얀마의 결단을 대변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사태 전개는 민주화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미얀마의 전통적인 기득권층 반발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맛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반민주적인 군부와 집권층은 그 손잡이를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미얀마의 향후 민주화 전개과정은 어떠한 모습을 띄게 될까. 지난 4반세기동안 지구상에서 시도 되었던 수십개의 정치적 권력 이양 사례를 살펴보면 특정한 유형이 발견된다. 미얀마는 위로부터의 개혁인데, 이는 '70년대와 '80년대의 남미 사례와 유사하다. 정통성이 약한 군부 권위주의체제 내부에 있는 온건파가 정치·경제적 개혁을 시도하는 점이 그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경제난과 부패로 인하여 그 지지도가 하락했던 군부 집권층은 온건 및 강경파로 분리되고 온건파는 문민통치 체제로 점진적으로 나아갔다. 그 변화된 체제는 선거과정의 신뢰도 제고 및 강경파와의 타협으로 이루어지며, 그 타협의 내용은 강경파의 경제적 특권의 어느 정도 유지와 과거 만행에 대한 기소 유예가 핵심이다. 남미에서의 정치적 권력 이양은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 진행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군부 집권이전에 민간인 통치와 민주적 다원주의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남미의 사례와는 달리 미얀마의 군부 통치는 반세기이상 지속되었으며 문민통치의 경험도 없었다는 점에서 미얀마의 정치적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더욱이 미얀마의 개혁적 조치들이 중동 민주화 열풍의 미얀마로의 확산을 막고 잠재적 폭발력의 진로를 바꾸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면 그 미래는 더욱 어두울 것이다. 2011년에 일어난 중동의 민주화 열풍도 그 이전에 취해졌던 소극적이며 제한적인 개혁 조치들에 대한 국민적 봉기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미얀마 민주화를 둘러싼 난관은 도처에 있다. 그 대표적으로 개혁과 관련한 군부 내부의 의견 분열, 정치적 탄압의 전통, 억압적인 통치, 경제난의 악화 등을 들 수 있지만 특히 암울한 것은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소수민족과의 인종적 갈등문제이다. 정치체제 내부의 민주화와 함께 지역적인 자율성 확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미얀마의 강점은 야권운동이 민주적 질서 존중의 성향을 명백하게 띄고 있으며 집권층의 개혁세력은 비록 군부출신이지만 현직 대통령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북한 등 전통적인 미얀마 지지층과는 달리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가 민주화를 향한 미얀마의 든든한 지원 세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를 자국 세력권 아래에 두려는 강대국들의 각축도 또 다른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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