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교장 평가
공모교장 평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6.0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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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 교장
직종이나 직위를 막론하고 직무수행 평가가 보편화된 사회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달 필자를 포함하여 경남 초중등학교장 34명이 공모교장 중간평가, 7명이 최종평가를 받았다. 공모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대통령이 임지를 정하여 발령한다. 말하자면 교육오디션으로 선발된다.

공모심사의 핵심은 학교경영계획서이고, 평가는 이 경영계획에서 약속한 것을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평가한다. 경영계획서는 학부모를 비롯한 해당학교 공동체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에 공모교장들이 느끼는 책무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공모교장이라 해서 예산이나 정책적 지원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권한이라는 것들도 외부 사람들이 보기는 그럴듯 하지만 실제 학교경영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초창기 시범운영할 때는 예산 지원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없어진지 오래다. 임기도, 임지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만 보고 앞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 될 수 있다.

공모교장들은 자기의 경영철학과 학교의 여건이나 특성에 맞춰 여러 가지 약속을 하였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시설, 프로그램, 사교육, 복지, 재정 등에 대한 내용들을 포함하였을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내용은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주요 교육정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교폭력이라는 현안에 모든 관심들이 매몰되어있는 상황이지만, 경제력의 차이가 교육의 차이로, 교육의 차이가 삶의 질의 차이로 이어지는 사회구조에서 교육격차 해소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어느 정권에서나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교육격차의 해소는 곧 사교육 격차의 해소라 볼 수 있다. 정책목표로 ‘사교육 없는 학교’가 설정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교육 없는 학교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사교육이 없는 세상을 만들지는 못해도 현저히 줄일 수 있기는 하다.

공모교장 평가 항목 중에 ‘공모교장 학교경영능력 학부모 만족도 조사’라는 항목이 있다. 설문과 자유기술로 구성된다.“방과후학교가 잘된다고 하는데, 학교주위의 사교육 학원은 굶어 죽으란 얘기인가요?”학원을 경영하는 학부모님이 썼음직한 내용이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열면서 본의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생업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외부강사가 유로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사교육비 경감에 크게 기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무상제공 프로그램의 확대에 노력하였고, 결과적으로 사교육수요가 어느 정도 완화되긴 한 모양이다. 주변의 사교육 학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약속은 지켜야 하고, 아이들만 바라보고 앞으로 가야하는 것이 교장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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