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내 친구가 사는 법작은 카페를 하고 있는 내 친구 숙이를 만나고 왔다. 비교적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도 지난 설에 얼굴도 못 본 게 안타까워 내가 카페로 들이닥치기로 했다. 딸이 하던 카페를 딸이 공부를 계속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친구가 운영을 배워 팔자에 없는 바리스타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워낙에 낙천적인 친구는 평소보다 더 밝은 표정이었다. “코로나 땜에 온 세상이 난린데 뭐가 그리 밝노?” 내가 불만하자 친구는 소리까지 맑게 더 큰 소리로 웃었다.
다른 테이블에 차를 다 내주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 몫으로 들고 비로소 친구는 내 앞에 마주 앉았다. “코로난가 무시긴가가 아직은 우리 카페에는 못 왔다. 올 때 오더라도 더 씩씩하게 손님들 맞아들일란다. 때 없이 물구나무를 서도 여기 들어온 사람은 한 번씩 웃고 돌아가도록 해볼라꼬” 통통한 체격의 친구가 물구나무를 서는 상상만으로 나는 입 안의 커피를 뿜을 뻔했다. 겨우 커피를 삼키고 다른 손님에게 방해될까봐 소리죽여 키득키득 웃었다.
잠깐만 하는 표정을 내게 내밀곤 친구가 슬그미 일어났다. 친구는 옆 테이블로 가더니 쪼그려 앉아 손님 다리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발을 잡힌 손님은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다, 니팔 아프다. 친구도 왔는데 마 오늘은 쉬자!” 친구가 그의 다리를 본격적으로 마사지하며 대꾸를 드렸다. “친구가 왔다꼬 할 일을 쉬믄 더 안 되지예. 노는 손에 가는 시간에 가만히 있으모 뭐 합니꺼?” 친구는 처음이 아닌 듯 능수능란하게 손님 양쪽 다리를 마사지했다.
마사지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온 친구에게 손님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눈은 내게로 향했다. 내가 그 눈길을 마주하자 손님은 친구 칭찬을 쏟아냈다. 인사를 잘하기로 온 동네 소문이 자자하다느니, 부지런해서 산꼭대기에 갖다놔도 살 것이라는 둥. 쑥스러운 표정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던 친구가 서둘러 출입구 쪽으로 내달아 밖을 향해 소리쳤다. “언니, 이리로 들어오셔요, 생강차 한잔 하셔요. 제가 살게요” 손사래 치며 도망가려던 언니는 친구에게 잡혔다.
“하이고오, 이 마담 땜시 몬 살것어. 맨날 일키 공짜 차만 팔아서 어떻게 언제 돈을 벌어” 지금은 사라진 다방 마담이라는 말에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또 한바탕 웃었다. 붙들려온 언니는 연세가 팔순 넘긴지 한참 됐을 성싶었다. 알고 봤더니 친구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께 할머니란 말 대신 모두 언니다. “돈?, 언니, 걱정도 참, 까짓것 쌀 20키로믄 한 달 살잖우?” 흐뭇하게 웃던 언니가 가만가만 한 말씀 하셨다. “그려. 어려운들 보릿고개만 할까, 웃으며 이 고비 넘기세! 좋은날 오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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