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창의적 사고가 한국식 방구석 문화를 만든다
아침을 열며-창의적 사고가 한국식 방구석 문화를 만든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06 15: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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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창의적 사고가 한국식 방구석 문화를 만든다

대학은 지난 3월 16일 더 이상 개학을 늦출 수가 없어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 벌써 3주일이 지났다. 강의실에서 직접 얼굴을 보며 강의를 진행해도 학생들을 모두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어떤 형태로 진행을 하여야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가 아깝지 않을까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겨울 방학동안 보다 나은 좋은 시설에서 개강을 맞이하려 준비했던 것들은 주인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온라인 강의를 해 본 교수는 이번 사태가 별 부담이 없겠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이나 기록에 남기기를 싫어하는 교수들은 상황에 적응하느라 맘이 바쁘고 무겁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콘텐츠 제공을 해 보거나 콘텐츠 창작 경험이 많은 이의 제작 경험들은 그 빛을 발한다. 말주변 좋고 콘텐츠 제작에 재주 있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이번을 기회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얼굴과 대답에서 그 반응을 보며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보며 수업의 난이도를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그러지 못하니 더욱 그러하다. 개인의 실력차에 맞추어 지도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일괄적인 강의 형태만 듣고 제대로 따라 오고는 있는지. 또한 일주일 먼저 준비해서 녹화된 형태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다 보니 나 자신의 아이디어 부족과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필요한 프로그램은 제대로 설치를 했는지, 강의만 틀어놓고 딴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실시간으로 수업 진행을 한다면 해결이 될 문제일 수도 있는데 녹화 수업을 진행하니 이 궁금증은 실시간 카톡 대화로 해결을 하고 오늘도 콘텐츠 녹화에 시간을 쓴다.

일부 대학의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뉴스를 매스컴에서 볼 때면 맘이 상한다. 강의를 담당한 교수들은 한결같이 평소 강의 준비에 드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콘텐츠 제작에 쏟고 있는 것은 알고 있을까. 강의 담당 교수, 관련 학과와 행정 부처에서는 학생들의 불만 사항은 없는지, 좀 더 좋은 강의 제공을 위해 개선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몇 해 동안 학생 중심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보려고 익숙한 강의식 수업에서 토론식 수업으로 바꾸고, 학생 참여 형태의 수업으로 바꾼 강의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강의 운영 시스템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들을 활용해 본다. 토론방도 열고 학생들의 발표를 동영상 콘텐츠 제작으로 시켜 보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총동원된다.

이론 중심의 강의에 비하면 실습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던 강의는 더 힘들다. 강의실에는 모든 설비와 프로그램들이 설치되어 있으니 개인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도록 지원이 되던 것들이 학생들이 가진 자신의 PC에 수업에 필요한 프로그램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찾느라 이것저것 찾아보고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배운다.

이번 사태는 오히려 학생들은 쉽게 배워 잘 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있기에 예전에 비하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배울 수 있다지만, 걱정은 나이가 들어 환경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가 문제인 것이다.

우리 모두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에 주어진 여건에서 이것저것 가능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본다. 그동안 쌓아둔 창의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햄버거 매장에서 나 하던 드라이브 스루를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적용해 본 한국 의료진의 아이디어. 이제는 해산물 판매처에서도 활용한다.

학교 급식을 못하면서 판로 개척이 힘들었던 감자를 지자체가 직접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자 단지 몇 시간만에 창고 물품을 해결했다. 대부분의 생필품 구입이 온라인으로 해결이 가능한 상품 유통 구조, 배달 음식 문화,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확대 등 IT 강국으로의 저력은 한국식 방구석 문화로 정착해 가고 있다. 코로나가 지금까지 쉽게 바꾸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이 힘든 상황을 무사히 견디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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