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분별력이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
아침을 열며-분별력이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24 15: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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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분별력이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

포클레인으로 밭을 갈아엎는 장면이 TV에 나온다. 이 시기에 생산되는 식자재를 생산하는 밭이다. 학교 등교가 연기되면 될수록 학교 급식으로 쓰일 식재료를 생산하던 농가들의 피해는 더 커져만 간다. 학교 급식과 외식업체가 소비되던 물품의 양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밭을 갈아엎는 농가들을 보면서 나도 속이 상하는데 한 해 동안 힘들게 지은 농사를 저렇게 엎어야 하는 농민의 심정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싶다.

코로나 19로 인해 판매처를 잃은 많은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다. 농가의 이런 사정을 인터넷 매체들은 농가 돕기를 자처하고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열어 주었다. 인터넷 쇼핑몰에 다양한 식재료가 좋은 가격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먹거리는 나도 필요하고 좋은 마음에 주문해서 받아본 감자는 앗! 이럴 수가.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판매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자들이 한 가득이다. 화가 나서 구입 후기를 쓰려고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구입한 사람마다 좋은 댓글이 하나도 없었다. 상자를 다시 보니 아마 다른 사람이 반품을 했나 보다. 배달해 온 상자에는 테이프를 다시 붙인 자국이 있다. 크기도 속이고 상처가 난 감자도 많고. 감자의 상태로 보아 감자 생산년도도 작년 감자와 섞어 보낸 듯하다. 참고 깎아보지만 속이 썩어서 버리는 것이 반이다. ‘착한 생산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판매행위이다.

유사한 경험이 또 있다. 바깥나들이를 즐기는 나는 관광지를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에 구입한 길거리 과일상에 대해 좋은 기억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판매하는 생산자에게 여러 번 속은 적이 있다. 상자 단위로 판매하는 물품 중 위쪽에 있는 상품은 먹음직스러운 크기라 선뜻 구입을 한다. 집에 와서 보면 아래쪽 물건은 형편없는 상품을 밑에 깔아둔 것을 보고 선하게 생기셨던 그 아주머니는 오늘도 이런 상자를 몇 개나 팔았을까.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이라 본다.

나처럼 여러 번의 속임을 당하고 나면 길거리 판매상을 믿지 못하게 된다. 좋은 상품은 농협과 같은 중간거래상에게 넘기고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물품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구입하는 요령도 생긴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면 된다. 내가 골라놓은 상품들을 상자에 새로 담아달라고 한다. 까칠한 소비자라 욕하겠지만 정당한 돈을 주고 구입하는 물품이니 그에 합당한 물건을 가져오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꼭 그 가게의 명함을 받아오거나 사진으로 담아놓는다. 그래야 판매하시는 분이 좋은 물건을 골라준다.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판매하겠지만 요즘은 그렇게 장사하면 큰 일이 난다. 인터넷의 소개 글을 보고 일부러 찾아가는 소비자도 많아지면서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을 갈 때면 항상 인터넷에 물어본다. 주변에 맛있는 맛집 혹은 볼거리가 무엇인지를. ‘어디에 무슨 식당이 맛있다’라든지, ‘어디에 무슨 물건이 괜찮다’고 소문이 나면 똑같은 종류의 상품을 팔고 있는 옆집은 파리를 날리는데 유독 그 집은 줄을 서서 구입해 보려 하지 않는가? 나 또한 예전에는 줄을 서서까지 먹어야 하느냐며 핀잔을 줬지만, 이제는 ‘줄을 서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라고 인정한다.

어떤 물품을 구입하기 전에 난 꼭 구입 후기를 읽어본다. 날이 갈수록 글재주 좋은 사람들이 올린 글은 광고성 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이다. 진정한 소비자가 올린 글도 있지만 광고성 글들이 오늘도 소비자를 현혹한다. 회원수가 많은 셀럽들은 협찬형 상품을 소개해 주는 대가를 받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부업으로 광고성 글을 쓴다고 한다.

인터넷 플랫폼으로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신종의 업종들도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 개업하는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광고성 글을 써 준다는 업자, 소개 순위를 올려준다는 업자, 일정 기간 손님으로 출근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업종들의 등장이다. 바뀌는 세상 분위기에 뒤처지지 않고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그에 합당한 분별력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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