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 이야기
심장 수술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8.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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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석/경상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심장수술은 이식 수술과 함께 가장 최근에 가능하게 된 수술이다. 쉼 없이 혈액을 온 몸으로 짜주는 심장은 잠시라도 멈추면 생명이 위독하게 된다. 이런 심장이 5분 만 정지되더라도 뇌에는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멈추면 안 되는 심장이기에 옛날에는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수술이 심장 수술이었다. 특히 심장의 깊은 곳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직접 심장을 열고 봉합하는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심장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심장을 대신할 도구를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 낸 방법이 환자의 부모님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환자가 어릴 때 혈액형이 같은 부모님을 환자 옆에 눕혀서 마취를 하고, 아이와 부모님의 혈관을 연결하여 멈추어진 아이의 심장을 대신해서 부모님의 혈관에서 혈액을 아이에게 보내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심장이 아픈 아이와 함께 건강한 부모님의 생명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시도하여 아이와 부모님의 생명을 모두 잃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으로 생각한 방법이 우리 몸의 대사를 줄여서 심장이 멈추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즉, 몸을 차갑게 하면 대사가 줄어들어 오래 동안 심장에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더라도 장기의 손상이 늦게 온다는 것을 알아내어 체온을 가능한 낮추고, 짧은 시간 심장을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을 없애고, 심장이 파르르 떨게 만들고 심장을 열고 빨리 수술 하고 심장을 봉합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아주 간단한 심장의 구멍을 꿰매는 것은 가능했지만, 복잡한 수술은 시도하지 못했다.
진정한 심장 수술인 심장을 열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장의 안 쪽을 살필 수 있는 개심술은 1950년대가 되어서야 가능해졌다. 인공심폐기, 혈액산화기가 만들어지고, 항응고제의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해 지면서 개심술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공심폐기는 혈액을 온 몸으로 돌리는 압력을 만든다. 또한 혈액산화기는 폐를 대신해서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항응고제는 몸 밖으로 빠져나온 혈액이 굳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심장 수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선천성 심장기형을 치료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선천성 심장병은 한 번 치료가 되면 평생 다른 치료 없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술이다. 이 때문에 어려운 환자를 한 번 도와줌으로써 병을 완치시킬 수 있고, 완전히 치유가 되는 질환이기에 ‘심장병 어린이 돕기’는 가장 매력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개심술을 시행하는 병에는 선천성 심장병 외에도 심장판막질환이 있다. 심장에는 네 개의 판막이 있는데 혈액이 심장의 각 방을 움직일 때 거꾸로 혈액이 흐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이 판막을 ‘방의 문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문이 낡아서 찬 바람이 새거나, 문이 닳아서 잘 열리지 않는 것으로 판막 질환의 예를 드는 것이다.
흉부외과 의사가 힘들고 외로운 흉부외과를 선택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심장을 멈추게 하고, 심장을 열고 수술하는 매력에 빠져서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의 의학의 꽃’ 이라고 불리는 개심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건강 100세 로 발전해가는 현대 의료가 이루어졌다. 오늘도 중환자실에는 눈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빨갛게 핏발 선 눈으로 심장을 수술한 환자를 열심히 보고 있는 흉부외과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심장수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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