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안타
아침을 열며-안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19 16: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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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안타

최근 오랜만에 두 아들과 집 인근 체육공원에서 야구 경기를 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야구 경기보다는 야구 놀이, 혹은 야구 운동이라는 표현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선수가 많아도 두 아들, 조카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과 하는 동네 야구수준이기 때문이다. 중, 고등학생 사내아이다 보니 휴대폰 게임만큼 축구, 야구 경기를 즐겨보고 시간 틈틈이 학교운동장이나 체육공원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며 체력을 기른다. 필자도 평소 운동을 즐겨하고 좋아하는 덕에 주말, 휴일 아이들 시간이 허락하면 함께 축구로 몸 풀며 운동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중, 고등학생이다 보니 교육 여건 상 이제는 아빠 보다 시간적으로 아이들이 더 바쁜 실정이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과 축구나 운동하는 횟수, 시간이 적어지는 것은 조금은 아쉬움이다. 휴일 낮 아이들이 집에서 게임하며 시간 보내고 있기에 필자가 체육공원에 가서 운동하자고 제안하여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잠시, 아이들과 언제부터 야구 했을까~! 생각하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둘째 아이가 형은 초등학교 3학년,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에 나름 동네 야구에 입문하였다고 고맙게 답을 한다. 기억을 돌이켜 보면, 필자의 운동 희망과 형제를 둔 아빠로서의 역할 등을 위해 참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야구를 한 것 같다. 형제는 아파트 단지 내 공터, 초등학교 운동장 및 체육공원 등 장소를 불문하고 동내 아이들과 야구를 하며, 또 좋아하는 프로야구 팀을 응원하며 성장한 것 같다. 아파트 현관 입구 운동용품 상자에는 야구 방망이, 글러브, 농구공, 축구공, 배드민턴 등으로 가득하다. 특히 작은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계절과 관계없이 주말, 휴일은 물론이거니와 방학기간에는 주중에도 형을 비롯해 친구들과 몇 시간씩 집 앞 학교 운동장에서 실력(?)을 쌓았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들만 모여서 야구를 하는 것 보다는 작은 아이의 친구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후견인 겸 보호자 겸 야구경기에 동참하면서 운동을 하였다. 지금도 형제는 각자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 선수들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전·현직 선수를 비롯한 인기, 유명 선수들의 이름을 꿰차며 프로야구 중계시간이든, 식탁에서 밥 먹을 때든 경기 기록, 승패와 순위를 주제로 그들만의 야구인생 이야기에 열성이다.

장마 기간 중 모처럼 맑은 휴일 날 집 앞 체육공원에는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우레탄 트랙 바닥이 닳도록 걷거나 뛰는 남녀 중장년층부터 젊은이, 농구하는 학생들, 배드민턴 코트도 마치 동호회에서 나온 단체 분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었고, 벤치 및 잔디 광장 주위에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펴고 여유 있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단위도 눈에 띄었다. 간단히 몸을 풀고 주위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공원 한 모퉁이에서 필자가 투수로서 피칭을 하고 아이들은 타자를 번갈아 가며 점수 내기를 하였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하는 야구가 익숙하지 않은 건지, 과거 생각과 기억만큼 좀처럼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몸이 풀리고 적응한 건지 경기가 끝날 무렵에는 크고 적은 여러 안타들로 필자를 지치게 하였다. 야구 장비와 생수가방 등 소지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아이는 형과 사촌의 안타 개수를 얘기하며 자기는 몇 개이며 개수가 많다고 나름 만족해하는 강평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도 마치 야구 경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대비를 위한 공부이든, 건강과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이든, 학생들의 실험 및 실습이든 반복 학습, 반복 연습 및 훈련, 반복 실습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능수능란하더라도 공백기가 길어지면 다시 과거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학습효과에 의해 비록 몸과 두뇌가 기억하고 반응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아이들과의 야구에서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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