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세월에 끌려가는 삶, 세월을 끌고 가는 삶
아침을 열며-세월에 끌려가는 삶, 세월을 끌고 가는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17 13: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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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
김정헌/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교수-세월에 끌려가는 삶, 세월을 끌고 가는 삶

지난해 추석 하루 전 TV에서 70대 중반이라고 믿기지 않는 호랑이처럼 부리부리한 몸짓에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2500여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를 불러내 거리낌 없이 ‘형’이라 부르는 한 남자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나훈아 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직접 공연을 본적도 없다. 내 머릿속 각인된 나훈아라는 이름 석 자는 대한민국 최고 부자였던 이건희 씨 생일파티에 초청을 했지만 거부했던 일화이다. 나는 대중 예술가이니 공연을 보고 싶다면 직접 공연표를 사서 공연장에 와 보라고 한 그의 배짱은 과연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그 해답은 15년 만에 대중들 앞에 서서 언택트 공연을 한 그날 비로소 그가 왜 가황으로 불리는지 그가 예인으로 남아있는지 알게 되었다.

훈장을 수여하려고 했지만 달고 다니기가 무겁다고 거절했고 높은 자리를 제의를 받았지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다고 하지만 죽어도 오고 마는 내일이 두렵다며 이왕 가는 세월에 끌려가지 말고 세월을 끌고 가자고 한다.

많은 사람들 젊은 사람들이 삶을 살기보단 삶에 끌려간다고 생각된다. 치솟는 집값과 달리 정체된 월급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HOPE’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고 하지만 동의할 순 없다. 돈이 곧 희망이 될 순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기에 돈과 희망을 분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 쉽게 돈을 버는 몇몇의 소수를 보고 다수는 상대적 박탈감과 멀어지는 격차로 더 큰 좌절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가성비 삶’, ‘욜로족’등 젊을 때 고생해서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보다도 지금의 삶에 집중하며 사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어쩜 평생직장이 없다는 생각이 3포, 4포, 5포를 지나 어느새 n포 세대에 이르게 된 것 같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빗대어 자신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는가? 또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삶과 죽음을 꾸려 나가는가?’라는 함축적인 말이 아닐까 싶다.

나훈아 씨는 테스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늘도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삶에 끌려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사는 것이 아닌 세월을 붙잡고 나의 삶의 가치를 차근차근 쌓아올리고 끊임없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은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현재 보다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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