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장님의 손
기고-동장님의 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13 13:3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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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선/진주시 성북동행정복지센터 행정팀장
김명선/진주시 성북동행정복지센터 행정팀장-동장님의 손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올해 초 성북동으로 발령받고 오신 박계남 동장님의 손이 그랬다.

부임 첫날 악수를 대신한 주먹 인사에 손등이 많이 거칠어 보였다.

신사 같은 인상과는 달리 거친 손이 의아했다. 그 의문은 동장님의 출근 둘째 날에 풀렸다. 출근 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관내도를 들고 혼자서 출장을 나가신다. 며칠간 계속된 동장님의 나 홀로 출장 뒤에는 주민 불편 사항과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휴대폰에 담겼다.

동사무소에서 처리할 수 없는 주민 불편 사항은 견문 보고로 시에서 직접 정비 될 수 있도록 했고, 주민들의 무관심과 행정이 미치지 못한 동네 무단투기 쓰레기들은 동장님이 몸소 청소를 시작함으로써 사라지기 시작했다.

1, 2월 동안 1t 차량에 80여 차례 걸쳐 쓰레기들이 치워졌고 모 방송의 프로그램 제목처럼 성북동 관내가 달라졌다.

낫, 망치, 톱 등 여러 장비가 동장님의 차에 실려 있다.

불법 현수막은 바로 제거되고, 웃자란 가로변 수목들은 가지런해지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은 동장님의 손을 거치면 반반하게 정비된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가만히 있지 못한 손은 투박하고 거칠어져만 간다.

부임하신지 3개월이 지났지만, 동장님 관내 순찰은 하루도 빠짐없다. 출장 후에 돌아오시는 동장님의 차 안은 불법 광고물과 먼지가 가득하다. 때로는 시멘트 가루도 날린다. 시공이 필요한 곳에 직접 시멘트 작업까지 하신다.

이제 따사로운 봄 햇빛에 동장님의 손만 거칠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 얼굴도 까맣게 타들어 갈 것이다.

만나는 주민들 마다 동네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조동화 시인의 시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처럼 동장님의 진솔하고 행동하는 모습이 주민들을 변화하게 하고 동네를 변화 시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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