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단군 할아버지와 트롯
장영주 칼럼-단군 할아버지와 트롯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15 14:0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단군 할아버지와 트롯

최근 모 방송국의 유명한 트롯경연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단연 ‘효심(孝心)’이었다. 효심이라는 심금을 울리는 가수의 열창에 따라 국내외의 한민족들은 ‘울다가 웃다가’ 셀프 힐링도 하였거니와 집단치유의 ‘흥’과 ‘신바람’을 경험했다.

‘아버지로써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존경하게 하는 것이다.’ 라는 속담도 있다. 효도하는 마음과 행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동시에 타인의 정체성도 인정하는 가장 중심 되는 생명가치이다. 이를 증명하듯이 효를 중심으로 한 ‘신바람’과 ‘흥’이 나는 트롯열풍이 온 나라와 국민들에게 몰아치고 있다. 효심은 인간과 동물이 구별되는 요소이다.

‘신바람’과 ‘흥’은 우리 한민족 문화의 주요한 키워드이다. ‘신바람 난다’ 또는 ‘신명 난다’라는 말은 생명력이 신과 같이 최고조로 오른 상태를 일컫는다. 그 때 내 몸에 갇힌 에너지는 바람처럼 강하게 휘몰아 확산되니 ‘흥이 난다.’고 한다. ‘흥’이 나면 생명력은 가장 집중되고 가장 풍부하게 확산되어 펼쳐 나간다. 마음껏 흥을 끌어 쓰고 원하는 대로 신명하려면 몸의 기혈순환 시스템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의 몸은 아랫배 하단전의 육체적 생명력이 충만할 때를 ‘정충(精充)’이라 한다. 다시 아랫배의 충만한 기운이 상승하면 가슴은 따뜻하고 너그러운 인격이 되니 ‘기장(氣壯)’한 어른이 된다. 가슴의 기운이 머리로 올라가 머리가 시원한 상태가 되면 뇌의 힘이 활성화되는 ‘신명(神明)’상태가 된다. 정충하면 효심이 절로 일어나고 기장하면 조직과 나라에 충심이, 흥이 넘쳐 신명하면 대창조력과 통한다. ‘이처럼 생명력이 넘치면 방법도 나타나 도모하는 일이 절로 이루어진다. 곧 ‘신통방통(神通方通)’하다고 하니 당할 자가 없다.

부모에 대한 ‘효(孝)’가 나라로 확대되는 가치를 ‘충(忠)’이라고 하며, 인류와 우주로 발전하면 ‘도(道)’라고 한다. 이처럼 효는 삶의 기본이며 만학의 근본이요, 백행의 근본이 된다. 사람은 효심을 실현함으로써 내면의 아름다움이 발현되고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크고 밝은 힘을 얻는다. 이처럼 깊은 효의 진리를 가르쳐 주신 분이 기록된 바로는 단군 왕검이시다. 4351년 전 왕검께서 단군조선을 여시면서 헌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여덟 가지 건극(建極)을 발표하시니 ‘단군 팔조교’이다. 그 중 ‘제 3 조’가 효도에 관한 깊고 거룩하신 가르치심이다.

“너희가 태어남은 오로지 부모님으로부터 연유하였으며, 부모님은 하늘에서 강림하셨도다. 오로지 부모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 하느님을 바르게 모시는 것이며, 이것이 나라에까지 미치니 충성과 효도이다. 이 도로써 부지런히 힘써 정도를 이룬다면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반드시 먼저 벗어나리라”(爾生惟親親降自天 惟敬爾親乃克敬天 以及于邦國是乃忠孝 爾剋體是道 天有崩 必先脫免) 단군의 가르침은 오직 ‘효충도’를 체질화한 사람만이 하늘이 무너져도 먼저 솟아날 수 있다는 깨우침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현존하는 속담의 원형으로 이처럼 한민족의 DNA에서 DNA로 효의 깨우침은 전승되어 왔다.

할아버지의 나라는 조국(祖國)이고, 아버지의 나라는 고국(故國)이며, 어머니의 나라는 모국(母國)이다. 부모에 국한 되었던 효도가 개개인의 조상으로부터 나라에 대한 효, 천지부모에 대한 효까지 번져 가면서 ‘효충도(孝忠道)’로 승화된다. 인류의 진화를 위하여 반드시 체질화, 집단화되어야 한다. 효충도의 체질화는 개개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본성이 밝아지고 단전에 기운이 형성되면서 심지가 굳어지는 과정이다. 반대로 효심이 없으면 당연히 충심이나 도심도 체질화 되지 못한다. 자신의 생명을 있게 해준 은혜를 알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로소 본성과 사랑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참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효심을 살려야 한다.

세계인들이 점차 우리의 문화를 존중하고 즐기는 이유는 우리의 철학이 효, 충, 도의 완성인 널리 생명을 이롭게 하는 ‘홍익(弘益)’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모든 생명이 이어져 있음을 아는 ‘접화군생(接化群生)’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노래는 영원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K-트롯을 그토록 사랑하고 열광하는 근원적인 이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