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청년대책
시론-청년대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25 13:58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청년대책

청년은 미래의 희망이다. 아니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 성장해야 그들의 미래뿐만 아니라 중장년 세대의 미래도 보장된다. 그런데 이 땅의 많은 청년들이 아파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청년들의 분노가 지난 4·7 보궐선거를 통해서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청년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보이며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런저런 정책들을 내놓는다. 여당은 잃어버린 표를 찾기 위해서 야당은 자신들이 잘해서라기보다 어부지리로 얻은 표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청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후 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동안은 청년들의 고통을 몰라서 대책을 세우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정규직 일자리가 195만명 줄었다고 한다.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냥 쉬고 있는 20~30대 청년인구가 19만명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미루고 있고 상대적으로 청년들을 많이 채용했던 서비스 업종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취업 기회를 상실한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좌절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불어 닥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젊은이들의 꿈마저 앗아갔다.

강남의 아파트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대상이 되었고 웬만한 수도권의 아파트도 덩달아 올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사든지 위험성은 크지만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로 한 방을 노리는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절망한 2030세대들은 변동성과 위험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꼬박꼬박 들고 있던 적금을 해약하고 이런 위험한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을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정상적인 통로가 막혀 있으니 우회로를 찾는 것이다.

이제 직장생활 2년 차인 필자의 아들도 주식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주변의 친구들 중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실패한 사람들은 역전의 기회를 노리면서 기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반면 소수의 성공한 사람의 성공담을 듣다 보면 갑자기 자기 혼자만 벼락 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들게 되고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올해 신규로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10명 중 9명은 2030세대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승자만 있을 수가 없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잃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정보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은 승자보다는 패자가 될 확률이 높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묻히고 비트코인 투자로 수억을 벌었다는 승자의 성공담만 귀에 들어온다.

수도권의 웬만한 전세도 억대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열심히 저축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라고 조언을 하는 것은 그저 나이 들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구시대 꼰대의 참견쯤으로 치부될 것이다.

어찌 보면 서울에 30년 이상 살았음에도 강남에 아파트 하나 가지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조언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식에 투자하든 가상화폐에 투자를 하던 그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지만 다만 빚을 내서 투자는 하지 마라.

지금 난무하고 있는 각종 청년 대책들도 겉으로 드러난 상처만 소독약 발라서 처방하는 임시방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상처 깊은 곳에 있는 근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것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그냥 쉬도록 방치하거나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알바성 일자리로 내모는 것은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청년 개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승자보다는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큰 위험한 시장에 젊은이들이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을 서학 개미니 동학 개미니 하면서 부추기며 방치하는 것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각설하고 싱가포르처럼 결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집 마련 부담만이라도 덜어준다면 무거운 부모의 어깨도 가볍게 되고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좀 쉽게 결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