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칭찬을 들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칼럼-칭찬을 들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5.03 15: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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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칭찬을 들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대신인 추기(鄒忌)라는 사람은 용모가 당당하고 키가 8척(尺)이나 될 만큼 체격이 우람하고 인물이 좋았다. 추기와 같은 성(城)에 사는 서공(徐公)도 훌륭한 인재이자 유명한 미남으로 꼽혔다. 어느 날 추기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차림새를 자세히 살폈다. 늘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졌던 추기가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겼소?”부인은 남편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대답했다. “당연히 당신이 더 잘생겼죠. 서공이 당신에게 비교가 되나요?”추기는 그래도 만족하지 않았다. 서공은 모두가 인정한 미남인데 자신의 외모가 그에게 못 미칠 까 싶어서 대문을 나서기 전에 첩에게 또 물었다.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겼소?”첩이 대답했다. “대인이 서공보다 더 잘생기셨습니다. 어찌 서공을 대인과 비교하십니까?”추기는 그제야 만족하고 문을 나섰다. 그날 오후, 추기는 그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온 손님에게도 물었다. “당신이 보기에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겼는가?” 찾아온 사람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서공이 대인의 인물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소. 대인이 서공보다 훨씬 더 잘생겼소” 추기는 손님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

이튿날 서공이 추기의 집에 손님으로 왔다. 서공을 위아래로 훑어보니 너무 잘생긴 나머지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몰래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서공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봐도 자신이 더 못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그날 밤 추기는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이 서공보다 못생겼는데 왜 부인과 첩과 손님은 모두 자신이 서공보다 더 잘생겼다고 말했을까? 추기는 마침내 결론을 얻고 혼잣말을 했다.

“알고 보니 이들이 내게 아첨한 것이구나! 부인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날 편애해서이고, 첩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내가 무서워서이고, 손님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내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로구나. 하마터면 주변 사람들의 아첨에 진정한 내 모습을 모를 뻔했구나!”추기는 반성을 통해서 자신의 자부심이 실은 아첨에 눈이 먼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은 것에 있다. 훗날 추기는 이 일을 예로 들어 제나라 왕이 아첨에 빠져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설득시켰다. 그 결과 제나라 왕은 언로를 활짝 열고 연나라,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에서 찾아온 인재를 받아들였다. 추기가 군주를 도와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겸손하게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칭찬을 들을 때 정신을 또렷하게 차려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고개를 조금 숙이면 사람들을 대할 때 결코 방향을 잃지 않는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할 때 어느 정도 남과 비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교는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본받고 열심히 노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꼭 주의할 것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과 비교하여 질투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질투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만하여 우쭐대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우선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위험하다. 이런 심리가 있는 사람은 마음이 편협해서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남을 원망하고 괴롭히고 해코지하기도 한다.

옛 중국 동한의 철학자 왕충(王充)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고, 묻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은 자는 고금을 통틀어 있는 적이 없었다’라고 했다. 사람의 도리를 하거나 일을 할 때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아는 것이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아는 체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가장 큰 위선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아의 세계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한없이 광활한 세상에서 진실로 자신을 알고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람의 귀함은 자각할 줄 아는 것에 있다. ‘여러 방면의 의견을 들으면 시비를 구별할 수 있고, 한쪽의 말만 믿으면 사리에 어둡게 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1997년 삼협댐 물막이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댐 설계자는 인터뷰에서 “삼협댐 건설을 반대한 사람들이 공사에 가장 크게 공헌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반대자들의 공로를 인정한 것은 그들 덕분에 다방면으로 효과적인 방안을 구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대한 문제일수록 한쪽 면만 고려하면 안 된다. 같은 의견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도 듣고, 지지하는 목소리와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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