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공존의 진정한 의미
진주성-공존의 진정한 의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5.23 14: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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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공존의 진정한 의미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5월19일 노납의 여래사를 비롯한 전국의 사찰과 암자에서는 봉축 법요식이 열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되새기면서 부처님의 원력으로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물러가기를 한결같이 염원했다. 하지만 우리 불교계는 이번 봉축행사도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행사 규모를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라는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에 점심 공양으로 비빔밥 한 그릇도 나눠 먹지 못하는 현실에 사찰 관계자와 절을 찾은 신도들이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런 아쉬움에 더해 이번 부처님 오신 날을 지나면서 일부 타 종교인들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에서는 일부 타 종교인들이 몰려와 하나님의 뜻을 전파한다며 찬송가를 부르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봉은사에도 한 여성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한다. 과거에도 전국의 주요 사찰들이 개신교 신자에 의한 방화로 소실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종교차별과 편향이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교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몰상식한 일이다.

조계사 봉축 법요식에는 천주교 대주교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참석해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했고,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연대와 실천하는 보살핌이라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축하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모든 승가와 불자의 선한 마음이 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큰 사랑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이러한 모습은 차이를 인정하는 포용을 통해 독단으로 흐르지 않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법이다. 내 것은 귀하고 소중하면서 남의 것은 무시하면 나의 소중함도 의미가 없다.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하듯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 때문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선과 아집에 빠진 사람들이 공존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세상을 제대로 사는 법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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