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세상-미완성의 탁자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나봐요
시와 함께하는 세상-미완성의 탁자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나봐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7.14 15:0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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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하/시인
이창하/시인-미완성의 탁자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나봐요

하루 한 끼 정도는 같이해요
탁자가 기울기 전까지 서둘러 식사를 끝내요
노릿하게 잘 구워진 태양에 새가 앉았네요 삼족오라고 불러 달래요
샤토 디켐 한잔과 열다섯 가닥의 바람이 절묘하게 새겨진 나이프
오늘의 특별 요리는 북두칠성이네요
긴 막대 한나는 스페어로 가지고 다녔으면 해요
탁자가 기울면 그것이 필요할 거예요

열 살적 생일 선물로 세발 달린 개에 대한 설화를 들었었다
복을 가져다주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꾼이었던 아버지는 그해 가을
웃자란 새벽 까마귀를 따라가셨다,
성격도 참 급하시다 우는 방법을 익히기도 전인데

태양의 흑점이 폭발할 때마다 알 낳는 까마귀 소리가 들렸다

미완성의 탁자에 아버지가 다녀가셨나봐요

오늘따라 아이가 검은 콩자반을 칠칠맞게 뚝뚝 흘렸어요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요
이제 긴 수업을 마쳤어요

(라호, ‘다리 세 개 달린 탁자’)

시를 접한 지 오래되지 못한 사람이 읽어 보면, 이 시는 앞뒤 연결이 잘 안 되는 시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꼼꼼히 읽어 보면 내용 연결이 잘 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탁자 의자 모든 것이 네발이어야 하지만, 다리가 셋 달렸단다. 그래서 /탁자가 기울기 전까지 서둘러 식사를 끝내요/ 란다. 이것은 뭔가 미완이라는 말이 틀림없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미완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함께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무속(巫俗)에서 북두칠성은 칠성신(七星神)이라 하여 죽음을 관장하는 별로 상징된다. 따라서 북두칠성의 요리를 언급한 것은 당연히 돌아가신 누군가를 회자(膾炙)하는 것이 되며, 뒤이어 /긴 막대 하나는 스페어(spare)로 가지고 다녔으면 해요/ 탁자가 기울면 그것이 필요할 거예요/ 같은 표현은 과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상으로 돌려주었던 북두칠성과 관련된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는 메타포(metaphor)가 된다.

이어서 다리 셋은 불안정한 것 같지만 예전에 시인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선을 베풀면 복이 찾아온다’라는 개의 설화에서처럼,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선행)를 가져야겠다고 생각(스페어)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아버지(아버지의 가르침)이다. 그러니까 북두칠성과 관련된 누군가는 아버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아버지는 이미 어린 시절 까마귀(저승사자)를 따라간 상태다. 미처 슬픔에 대한 표현(우는 방법을 익히기 전)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태양의 흑점이 폭발할 때마다 알 낳는 까마귀 소리가 들렸다/는 말처럼 이따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동시에 까마귀는 미완(세발)을 안정(네발)으로 만들어 가려는 의지가 담긴 삼족오의 존재를 부각함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표현하는 중의적인 메타포가 되리라. 내 아이가 식탁에서 검은 콩자반을 흘리는 것은 미완의 식탁 때문이며 만약 아버지가 계셨다면 진작에 이러한 미완의 식탁은 수리가 되었을 터라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시의 다른 특징은 첫째 연에서 ‘~해요.’ 체의 글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지만 두 번째 연은 ‘~이다.’ 체의 넋두리로 서정적 자아의 격한 넋두리로 이어져갔다가 다음 연부터 다시 ‘~해요.’ 체로 넘어옴으로써, 시인의 감정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은 점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시인이여 걱정하지 마시라, 네발의 탁자는 비록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그중 한 개라도 길이가 다르면 흔들거리며 심한 불균형을 보이지만, 세 발은 불안정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중 한 개 정도는 약간 길이가 다르더라도 흔들거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고대인들이 삼족오(三足烏)를 신성시하고 숭상했으며 세발솥이나 세발 술잔을 즐겼던 것은 모두 다리가 세 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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