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날아라 따오기
기고-날아라 따오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7.18 13: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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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석/창녕군의회 의원)
김춘석/창녕군의회 의원)-날아라 따오기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초등학교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이다. 우리들이 자라던 어린 시절. 시골에는 따오기가 많았다. 머리에 빨간 관을 쓴 따오기가 우는 소리는 왠지 구슬프고 처량한 느낌이 있었다. 긴 주둥이가 독특한 따오기는 멸종으로 관심을 끌기 전까지는 그다지 주목받는 새는 아니었다.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따오기도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우리들의 관심 안으로 들어왔다. 세상에 존재하던 것들이 어느 날 모습을 감추었는데도 부재를 확인하지 못하다가 영영 사라진 후 뒤늦게 되찾는 일은 긴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따오기도 그랬다.

창녕군이 명실상부한 ‘따오기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군, 환경단체, 언론매체 삼위일체가 되어 이끌어 낸 결과이다. 이런 따오기 복원과 야생 방사를 보면서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을 느낀다. 따오기 복원의 일선에서 애써 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것이다. 2005년부터 군에서는 따오기 복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환경운동가가 우포늪과 연계하여 창녕에 따오기를 복원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 제안이 바탕이 되어 본격적으로 따오기 복원사업이 전개됐다.

이미 멸종한 따오기를 복원하는 방법은 중국의 따오기를 창녕에 들어오는 일이었다. 추진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이 따오기 도입을 할 수 있다고 했으나 정작 결과는 없었다. 3년여의 기간 동안 번번이 실패하고 실망감이 높아지던 2008년 필자는 군 환경정책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박근혜 국회의원이 대통령 특사로 중국에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따오기를 들어 올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반드시 이 일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으로 당시 박근혜 국회의원을 면담을 하려고 했으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출국하는 날 극적으로 인천공항에서 당시 군 기획감사실장과 함께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만남 자리에서 그간의 추진상황과 군의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면 반드시 한 쌍의 따오기를 기증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 후 2008년 5월경 양국정상회담에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양국 우호 상징으로 따오기 한 쌍 ‘양저우♂, 룽팅♀’을 기증하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따오기는 그냥 들어 온 것이 아니라 모셔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신경을 써서 우리 군에 들어 왔다. 따오기 도입을 준비하던 시기에 창녕에 키울 곳이 없으니 일단 대전동물원에 위탁하여 사육하고 창녕에 준비가 되면 옮기기로 청와대, 환경부, 경남도, 군이 협의를 했다. 하지만 대전동물원 측에서는 AI(조류독감) 위험이 내포되고 있으니 안 된다고 반대하여 무산됐다. 당시 군 우포늪 오염원 원천차단 사업의 일환으로 둔터마을을 이주시킨 상태였다.

필자는 예산만 지원해 주면 창녕에 따오기 도입에 차질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따오기 도입일 까지 겨우 45일여 짧은 기간만 남아 있었다. 예산은 특별교부세로 10억 원이 지원되었고 미리 만들어 놓았던 설계도와 조감도로 곧바로 공사가 시작됐다. 주택 철거, 터 고르기, 관리동 및 검역동 건축. 게이지 조성, 주변 잡목 제거, 철조망 및 전기 충격기 설치, 상수도 인입, 등 너무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이 없었다. 그랬기에 행정절차도 일부 무시하면서 오전 12시까지 매일 작업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41일 만에 완공했는데 따오기 입식일(2008년 10월17일) 4일 전에 완공한 셈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한 생각이 들며 한편 정말 가슴 뿌듯하다. 이제 따오기(천연기념물 198호)를 군에 입식한 지 13년 차가 됐다.

그간 복원관리 370여 마리, 야생 방사 3회 120마리로서 따오기가 창녕과 우포늪 일원을 날아다니는 것만 생각해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벅차오른다. 우리 땅에서 영영 사라진 한 생물종을 우리 손으로 되살렸다는 것은 큰 기쁨이고 감동이다. 하지만 따오기 복원은 대단한 성공이지만 우리 군민들의 바람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군민들의 마음속에는 실질적 삶에서 따오기가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따오기가 관광자원으로 군민들의 밥이 되고 옷이 되는 그날에 참된 복원이 완성되리라 믿는다. 따오기는 ‘사랑과 행운의 새’, ‘청정이미지를 상징한 새’로서 군민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소득사업을 펼쳐야 하고, 따오기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군민들의 삶을 위해 좀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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