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와이 미(why me)
아침을 열며-와이 미(why me)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7.18 13: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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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와이 미(why me)

망망대해의 인생길을 지나오면서 시련이 닥칠 때마다 왜 내게만 그러냐고 수도 없이 질문을 퍼붓고 분노를 쏟았었고, 끝이 안 보이는 한계상황에서는 절망하다 못해 극단의 선택을 하면서 가족을 괴롭혔다. 자신만 그런 것인 냥 착각하면서…그런데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까 한없이 깊었던 인생의 늪도 벗어나 있었다.

참고 견디면 탈출구가 있는데 누구는 자살로 끝내고 누구는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대문호도, 그의 아들도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노벨상이란 금자탑의 명예도 하잘것없었을까? 거듭된 결혼과 이혼에 죽음까지 아들께로 데자뷔 되고…노인 ‘산티아고’는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는 강한 집념으로, 평생 잡아보지 못한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하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으나, 금세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의 습격으로 인해, 지키느냐 빼앗기느냐의 또 다른 혈투를 치렀다. 해안에 닿은 노인은 진이 빠졌고, 청새치는 머리와 뼈만 남아서 얼마나 컸었나를 짐작게 했지만,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져 가던 노인의 대단한 집념과 존엄성으로 다시금 빛을 드러내었다.

노인과 바다는 아 옛날이여 하면서 허무에 젖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부귀영화에 장수까지 하면서 배때기에 기름이 넘치는 악인들께 진정한 인생을 음미케 할 것이다. 백수가 발에 걸리게 많은 젊은이들도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써야만 할까?’ 유행가 타령만 하지 말고, 땀과 노력의 오뚝이가 되기를 꼰대가 조언해본다.

중년의 목사 부부가, 개척한 교회의 낡은 사택을 손보다가 무너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친 목사는 인사불성이 되었고, 사모는 중상을 입었는데, 목, 코로 삽관과 호흡줄, 산소탱크…엄청난 병원비에 노모와 어린 자녀...현실에선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온정의 손길이 답지한다는데 10년 넘게 그런 경험을 했던 필자는 식물인간도 때때로 몸에 스치는 손길이나, 말소리를 듣는다는 것임을 말하고 싶다. 현명한 임산부가 아름다운 태교를 하듯, 은혜로운 말씀이나 감성 풍부한 시구를 읽어주면 환자의 마음이 희망을 품고 치유가 빠를 수 있지만, “저렇게 있을 바엔 산 사람이나 살게 가버리는 게 나을 거야” 한다면 생명의 불꽃을 끄게 하는 것이라고!

역경을 딛고 일어선 수많은 사람들은 상어에게 살점을 뜯겨버린 청새치를 잡은 산티아고 노인처럼, 사람의 존엄한 가치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역경을 알았기에 그 이후에 이룬 가치, 즉 물질, 과학, 의료, 예술 등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작은 천사들이 수없이 많다.

보잘것없는 필자도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때까지 닮아 보려 노력을 한다. why me가 아니라 믿음 소망 사랑의 희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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