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인연의 끈 문자 메시지책상 위에서도‘까톡!’밥상머리에서도‘까톡!’밤 깊은 머리맡에서도‘까톡!’운전 중에도‘까톡! 까톡!’하고 앞 뒷산의 토끼가 휴대폰에서 야단법석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장승 물구나무서는 꼴을 보았으면 보았지 시도 때도 없이 가짜뉴스에 동영상과 사진이 막 올라오니까 귀찮다.
눈치 없는 알림음이 성가시게 굴어 모두 무음으로 설정해 놓고 한걱정 덜었다고 생각했는데‘아나 콩콩’이다. 암팡진 소리만 없다뿐이지 올 것은 다 와서 여차하면 튀어나올 준비태세를 취하고 있다.
이대로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적재적소에 보낼 답신문자로‘그랬었군요, 코로나 조심하고요’,‘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십시오’등등을 저장시켜놓고 한동안 보냈으나 시큰둥한 답글인데도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다.
안 읽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게 수신자가 읽고 안 읽고를 발신자가 알게 돼 있어 관심도를 저울질당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비대면으로 단절의 벽이 지옥 같을 것인데 소통의 유일한 방법마저 끊어버려서는 될 일이 아니다. 보내는 정성은 생각도 않고, 오죽하면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속 깊은 뜻을 몰라줬던 것이 민망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들이나 모임도 제대로 못 하여 얼굴 보기도 어려운데 내가 왜 몹쓸 생각을 했나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무조건 누구의 메시지든 제때 즉답하기, 내가 먼저 나의 근황만을 전하기, 나를 잊지 않은 당신이 있어 고맙다는 진정성을 다하기로 작정했다.
남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면 속만 보일 것 같아서 먼저 상대방의 근황을 유도하기 위해 나의 근황만을 전했다.‘집사람이 저녁 밥상에 하얀 박속을 초무침 하였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옛날 시골집에서 먹던 옛 맛에 빠져 막걸리 생각도 간절했습니다’라고 했더니 다음 날 문자가 왔다.‘밭두렁에 몇 포기 심었더니 달덩이 같은 박이 열었습니다. 손톱으로 찔러 보니까 딱 나물 박이라서 박속이 알맞을 겁니다. 막걸리도 한잔하십시오. 아파트 관리실에 맡겠습니다’어쩌나! 집사람이 찾아온 비닐봉지에는 박과 막걸리 말고도 눈물을 핑 돌게 하는 인연의 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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