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인연의 끈 문자 메시지
진주성-인연의 끈 문자 메시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8.17 17: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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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인연의 끈 문자 메시지

책상 위에서도‘까톡!’밥상머리에서도‘까톡!’밤 깊은 머리맡에서도‘까톡!’운전 중에도‘까톡! 까톡!’하고 앞 뒷산의 토끼가 휴대폰에서 야단법석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장승 물구나무서는 꼴을 보았으면 보았지 시도 때도 없이 가짜뉴스에 동영상과 사진이 막 올라오니까 귀찮다.

눈치 없는 알림음이 성가시게 굴어 모두 무음으로 설정해 놓고 한걱정 덜었다고 생각했는데‘아나 콩콩’이다. 암팡진 소리만 없다뿐이지 올 것은 다 와서 여차하면 튀어나올 준비태세를 취하고 있다.

무료한 시간에 살며시 열어보면 도깨비 소굴이다.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 중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망했다는 가짜뉴스에서부터 명언이나 사자성어는 물론이고 깜짝 놀랄 정보라며 무슨 무슨 문자가 오면 절대 열어보지 말라느니, 치매 예방에는 이것만 먹으면 걱정 없다느니 하는 별별 내용이다.

이대로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적재적소에 보낼 답신문자로‘그랬었군요, 코로나 조심하고요’,‘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십시오’등등을 저장시켜놓고 한동안 보냈으나 시큰둥한 답글인데도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다.

안 읽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이게 수신자가 읽고 안 읽고를 발신자가 알게 돼 있어 관심도를 저울질당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모두가 비대면으로 단절의 벽이 지옥 같을 것인데 소통의 유일한 방법마저 끊어버려서는 될 일이 아니다. 보내는 정성은 생각도 않고, 오죽하면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속 깊은 뜻을 몰라줬던 것이 민망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들이나 모임도 제대로 못 하여 얼굴 보기도 어려운데 내가 왜 몹쓸 생각을 했나 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무조건 누구의 메시지든 제때 즉답하기, 내가 먼저 나의 근황만을 전하기, 나를 잊지 않은 당신이 있어 고맙다는 진정성을 다하기로 작정했다.

남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면 속만 보일 것 같아서 먼저 상대방의 근황을 유도하기 위해 나의 근황만을 전했다.‘집사람이 저녁 밥상에 하얀 박속을 초무침 하였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옛날 시골집에서 먹던 옛 맛에 빠져 막걸리 생각도 간절했습니다’라고 했더니 다음 날 문자가 왔다.‘밭두렁에 몇 포기 심었더니 달덩이 같은 박이 열었습니다. 손톱으로 찔러 보니까 딱 나물 박이라서 박속이 알맞을 겁니다. 막걸리도 한잔하십시오. 아파트 관리실에 맡겠습니다’어쩌나! 집사람이 찾아온 비닐봉지에는 박과 막걸리 말고도 눈물을 핑 돌게 하는 인연의 정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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